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올 한 해도 바쁘게 보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직장생활 수년 혹은 수십 년을 했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일했던 것일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뇌는 ‘자동(autopilot) 모드’로 움직이게 된다. 의도나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기란 정말 쉽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각종 자극이나 요청에 반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 먹거나 마실 생각이 아니었는데, 과자 한 봉지나 음료 한 캔을 나도 모르게 다 먹고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이나 일의 의도를 갖고 하루를 시작하기보다, 바쁘게 주어지는 환경에 반응하는 것으로 하루를 모두 채우다 보면 하루, 1년, 심지어 10년 넘게 정신없이 살았는데, 내가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허탈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올 3월 미국 버클리대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만난 ‘에픽(Epic)’의 저자 캐럴린 벅 루스는 “목적이 있으면 (직장을 나와도) 일자리를 잃을 일이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올해 내내 이 말을 곰곰이 씹어보게 되었다. 삶이나 일에서 자기만의 의도가 명확하면 직장을 옮기든, 나오든 항상 일하고 살아갈 의욕과 하고자 하는 일들을 만들 수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오랫동안 해오던 목공 작업으로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내 생애 첫 전시를 잘 마쳤다. 관람객들에게 방명록 대신 페인트를 섞는 나무 막대기에 자신이 삶과 일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도록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면서 오랫동안 고민하기도 했고, 심지어 고민 끝에 적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말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지 꽤 되었다. 이때가 내가 삶과 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방법은 올해 나에게 있었던 가장 좋은 뉴스 10가지를 꼽아 보는 것이다. 통상 10월경부터 나는 아내와 한 해의 10대 뉴스를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마침 오늘 그 결과를 그림과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내가 일하면서 올해 좋았던 10가지 순간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