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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 신호에… 국내 채권 ETF로 자금 몰린다

입력 | 2023-12-21 03:00:00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 퍼지면서… 국고채 10년물 금리 세 달째 하락
올해 국내 ETF에 120조 원 유입… 만기 자동 연장형 등 상품 다양해져
내년에도 채권 열기 지속될 듯… 전문가들 “과도한 기대는 금물”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하면서 채권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적은 자금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형 상품을 중심으로 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채권 금리는 13일(현지 시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긴축 종료 기대감이 퍼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0월 월평균 4.272%까지 올랐다가 11월 3.890%, 이달 3.532%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채권형 ETF 시장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기준 순자산총액 상위 ETF 10개 중 6개는 금리·채권형 ETF였다. 이 중 국내 우량 채권 4000여 종목을 바탕으로 구성된 ‘KAP 한국종합채권지수(AA―이상)’를 기초 지수로 하는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순자산은 2조8623억 원으로 연초 이후 약 7700억 원 늘었다. 9월 상장한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는 10월 순자산총액 1조 원을 넘어선 후 이달 5일 2조 원을 돌파했다.

채권형 ETF들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3%를 넘어 국내에 상장된 804개 ETF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약 18.5%로 5위,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합성 H)’는 약 15.0%로 10위에 올랐다.

채권 투자 인기에 힘입어 국내 ETF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기준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19조5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80조4200억 원)에 비해 1.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ETF 시장 성장의 71.7%는 채권형 상품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중 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인공지능(AI, 60%) 다음으로 많았다.

채권형 ETF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관련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만기 매칭형’ 채권 ETF가 처음 등장한 데 이어 이달에는 ‘만기 자동 연장형’이 출시됐다. 만기 매칭형은 일반 채권과 같이 만기가 도래하면 청산하는 ETF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수 시점에 예상한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KB자산운용의 ‘KBSTAR 23-11회사채(AA―)’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만기가 도래해 최고 4.8%의 수익률을 내고 상장 폐지됐다.

반면 만기 자동 연장형은 만기 시 상장 폐지되는 대신 1년 뒤 만기인 채권으로 자동 교체되는 상품이다. 만기 매칭형과 같이 예측 가능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만기 이후 또 다른 채권형 ETF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선보인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가 유일하다.

내년에도 채권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기에 무리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2024년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 약세와 인플레이션 둔화는 국채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주식에는 도전적인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며 채권 투자를 추천했다.

반면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 본부장은 “연초부터 채권 ETF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수익을 보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채권 투자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연준의 세 차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고객들의 채권에 대한 이해도가 주식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하락한다고 채권 투자가 무조건 이익을 낼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