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변경 통해 국내 인증 주행거리 16km↑
국고보조금 580만→624만 원… “유럽 EV 중 최대”
“지자체 보조금 적용 시 4000만 원 중반대”
1회 충전 시 최대 421km 주행
이질감 없는 주행·넉넉한 공간·첨단 편의사양
전동화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마다 차별화한 기능과 성능을 내세우면서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전기차 가격은 이전보다 저렴해지는 추세다. 여기에는 배터리 생산 기술과 성능의 향상, 물량 증가 등도 한몫했다.
내연기관 신차는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난 등을 구실로 가격이 인상되는데 성능이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전기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반적인 가격대가 하락하는 추세가 아이러니하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내연기관 중형차급 공간과 성능을 누릴 수 있는 전기차가 4000만~50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차급 전기차만 구입할 수 있었던 가격대다. 4000만~5000만 원대 전기차 모델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정부도 보조금 지원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확정하면서 전기차 구매 기준이 이른바 ‘가성비’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은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 브랜드로 볼 수 있다.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슬로건을 내걸고 국내에서 수입차 대중화에 앞장서온 폭스바겐의 방향성이 전기차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전기차 ID.4의 국고보조금을 이전보다 44만 원 올린 후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구매자는 총 624만 원의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 보조금은 580만 원이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유럽산 수입 전기차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지자체별 보조금까지 더하면 4000만 원 중반대에 ID.4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전기차 보급사업 업무 처리지침’에 따라 보조금이 이전보다 추가된 모델은 폭스바겐 ID.4가 유일하다.
올해 8월부터 고객 인도에 들어간 2023년형 ID.4는 효율을 개선해 주행거리를 늘렸고 정부로부터 늘어난 주행거리 성능 인증을 통해 보조금을 확대할 수 있었다. 연말에는 다양한 혜택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이용 시 월 29만 원대 납입금과 36개월 무이자, 500만 원 상당 카카오T 포인트바우처(50만 원권 10매) 등 3가지 혜택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일부 지점은 물량이 소진돼 혜택 지원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T 포인트는 전기차 충전과 택시, 주차, 대리운전 등 카카오T 모빌리티 서비스를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2023년형 ID.4 공식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프로라이트(Pro Lite)가 5690만 원, 프로(Pro)는 5990만 원으로 책정됐다.
○ 1회 충전 시 최대 421km 주행… 배터리 충전 5→80%에 약 36분(급속)
2023년형 ID.4의 공식 주행가능거리는 이전보다 16km 늘어난 421km(복합 기준)다.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회생제동에 따른 자가 충전이 용이한 도심에서는 최대 451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인증 받았다. 복합 기준으로는 국내 판매 수입 전기차 중 주행가능거리가 가장 길다. 공인 전비는 4.9km/kWh다. 용량이 82kWh인 배터리는 최대 135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급속 충전 시 5% 남은 배터리를 약 36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ID.4는 기존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략이 전기차 분야로 이어져 누구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각… “이질감 없는 회생제동 구현”
전기차 여부를 떠나 ID.4는 전반적인 완성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소요되는 시간은 8.5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전기차 모델이지만 폭스바겐 특유의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성능과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성능을 구현했다. 주행감각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이질감을 최소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전기차가 브레이크와 연동되는 과격한 회생제동 기능 때문에 탑승객들이 멀미 등 불편을 자주 느낀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ID.4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회생제동 감각을 구현해 전기차를 처음 접한 운전자도 편안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회생제동 기능은 비활성화도 가능하다. 강한 회생제동이 필요할 때는 간편한 주행모드(B모드, Brake) 전환으로 주행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내리막길 구간에서 B모드로 설정하면 브레이크 조작 없이 편하게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 군더더기 뺀 디자인… 아이폰보다 작은 운전석 화면 “계기반도 뺀듯”
외관 디자인 브랜드 차세대 디자인 철학을 따른다. 국내 출시되지 않은 다른 ID시리즈 전기차와 패밀리룩을 이룬다. 유려한 라인과 볼륨감을 강조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해 둥근 유선 디자인을 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SUV 모델로는 최고 수준인 0.28의 공기저항계수(Cd)를 달성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공간 구성 등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앞·뒷바퀴를 최대한 바깥으로 빼 실내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휠베이스는 동급 최고 수준인 2765mm다. 트렁크는 기본 용량이 543리터이고 뒷좌석을 접어 최대 1575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외관 디자인과 실루엣은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실내는 첨단 주행보조장치인 IQ.드라이브 등 최신사양이 집약됐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간결해졌다. 특히 계기반은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화려한 대화면 디스플레이 구성과는 거리가 있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5.3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스마트폰 아이폰15 프로 디스플레이(6.1인치)보다 작은 크기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인치(프로 트림 기준)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졌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제스처컨트롤 기능을 지원하는 디스커버프로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상위 트림인 ID.4 프로에는 지능형 전조등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적용된다.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을 보여주면 시트 착좌감과 소재도 우수하다. 다만 화려한 디스플레이 구성에 익숙해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계기반 디스플레이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밖에 주요 편의사양으로는 파노라마 선루프, 시간 예약이 가능한 3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360도 어라운드 뷰(에어리어 뷰) 등 고급사양이 적용됐다. 안전사양으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인식해 사고를 예방하는 전방추돌 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사각지대 모니터링 기능인 사이드어시스트, 사고 감지 시 안전벨트를 조이고 창문을 닫아 탑승객을 보호하는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이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