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 있는 치와와 사막은 우리가 아는 사막과 상당히 다르다.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이 아니라 험준한 산과 계곡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무지 그 자체여서다. 귀엽기만 한 반려견 치와와의 고향이라는 게 얼른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이곳에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 그러나 항상 방법은 있다.’
여느 사막이 그렇듯 하늘과 땅 사이 황량함만 가득한 이곳에 무엇이 있겠는가. 필요한 건 귀하고, 필요하지 않은 건 너무나 풍부하다. 먹고 마실 건 드물지만 작열하는 햇빛은 차고 넘친다. 뭘 하든 계획대로 될 리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온 이들은 알고 있다. 지금은, 당장은 그럴지라도 방법은 분명 있다는 걸.
우리 가슴 속에서 1년 365일 쉼 없이 뛰고 있는 심장은 세상의 이런 본질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규칙적으로 고르게 뛰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정상이라고 여기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심전도기에서 볼 수 있듯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고 그래야 정상이다. 고르게 안정적으로 뛰는 심장은 죽은 심장이니 말이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심장이 울퉁불퉁 들쭉날쭉 뛰는 게 정상이듯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거의 모든 젊은 시절을, 일반 감옥도 아니고 바다에 떠 있는 요새 같은 감옥에서 보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한 말이 있다.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영예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나를 내가 한 성공으로 심판하지 말아 달라. 얼마나 많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는가로 심판해 달라.”
실제로 그는 당시 남아공 백인 정권이 쓰러뜨릴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그래서 위대한 만델라가 되었다. 무엇 하나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찾았기에, 황량한 사막에서 살아온 치와와 사람들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마음가짐이 점점 필요해지는 듯하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고,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방법이 있다고 믿는, 그리고 이런 세상이 정상이라는 인식까지도. 내년은 그러라고 있는 것일 게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