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대를 갓 졸업한 앨릭스 얼은 틱톡 팔로어가 50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다. 최근 미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유나이티드탤런트에이전시와 계약했고 타르트코스메틱, 레어뷰티 등 뷰티 기업과 협업한다. 영상을 보면 그가 왜 성공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핵심 콘텐츠는 외출 준비 과정을 촬영한 ‘겟 레디 위드 미’이다. 영상에서 그는 화장품을 바르며 유머를 늘어놓는다. 동시에 허점과 열망을 털어놓으면서 공감대를 다지는데 제품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넘어가듯 언급하며 지나간다. 옆집에 사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진정성은 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얼과 같은 친근함은 Z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컨설팅업체 EY는 “일상을 꾸미거나 거짓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완벽한 삶’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Z세대는 소셜미디어 속 연출된 멋진 장면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소셜미디어에서 진정성 있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학술기관, 언론 등 전통적인 전문가가 아닌 인플루언서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얼의 성공이 바로 그 증거다.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Z세대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브랜드에 어울리는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팔로어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정답은 아니다. 타깃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브랜드와 접점이 많으면서도 브랜드에 맞는 스타일, 톤 앤드 매너를 가진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의 팔로어가 교집합을 갖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플루언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좋다. 틱톡에 올라온 얼의 영상을 본 팔로어들은 영상 속 제품을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영상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비공개로 공유하곤 한다. 이처럼 사적인 영역에서 펼쳐지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력하다. 기업은 그 안에 발을 딛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불투명한 공간에서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브랜드는 창작을 도와주는 신기술을 활용해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AI의 보급 덕분에 인플루언서들은 누구나 시장을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전보다 창작이 쉬워진 만큼 진정한 창의성에 대한 기준은 점차 까다로워질 것이다.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 또는 브랜드 간의 협업, 고객들과의 공동 창작 등은 높아진 창작 기준에 다다를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라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트렌드를 빠르게 확산시켜 구매를 일으키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공에 집착하면 다양성과 포용성에 힘쓰는 사회 분위기에 반하는 콘텐츠를 남발할 수 있다. 모두가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게 된다면 복제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Z세대에 통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재닛 발리스 EY 최고마케팅책임자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