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부지 등 평생 기부하며 살아 9월 별세했지만 뒤늦게 알려져
반세기 넘게 봉사와 기부를 이어오며 ‘의령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도연 할머니(사진)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2세. 평생 기부하며 살았던 공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해부학 연구실에 시신을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남 의령군은 공 할머니가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의령군 관계자는 “공 할머니의 빈소가 경남 창원시에 차려진 탓에 사망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 할머니는 17세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해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다. 그럼에도 봇짐장사 등을 하며 밤낮으로 일했고 30대에 접어들어 형편이 나아지자 본격적인 기부와 봉사에 나섰다.
건강이 악화된 후에도 손수레를 끌며 나물을 내다 팔거나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기부를 이어갔다. 공 할머니는 2020년 9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자 포상금 50만 원에 본인 돈 50만 원을 보태 마을에 기부했다고 한다. 1999년부터 봉사 일기도 꾸준히 썼다. 자녀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공 할머니 시신을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공 할머니의 남편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 역시 같은 곳에 먼저 기증됐다. 공 할머니의 장남 박해곤 씨(63)는 “(시신 기증으로) 발인을 하지 못해 자식으로 마음이 안 좋지만 이것도 어머니의 뜻”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