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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허리디스크 한약도 건보 적용

입력 | 2023-12-21 03:00:00

내년 4월부터 한방치료 보장성 확대
치료비 본인부담률 30, 40%로 내려
1차 시범사업 참여 한의원 20% 그쳐
의협 “효능 불분명… 재정낭비” 반발




내년 4월부터 알레르기비염이나 허리 디스크로 한약을 탈 때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한방에 대한 건보 보장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의사단체는 “효능이 불분명한 치료에 건보 재정을 낭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권한 등을 두고 대립해 온 의사계와 한의계가 또다시 갈등하는 모양새다.

● 내년 4월부터 1만6000원에 비염 한약 처방

보건복지부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첩약(한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확대 방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20년 11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생리통)이나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으로 한약을 지으면 약값의 절반을 건보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벌여왔다.

내년 4월부터는 이를 확대해 참여기관을 한방병원 등으로 확대하고 본인부담률도 한의원 30%, 한방병원 40%로 각각 내린다. 대상 질환에는 알레르기비염과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기능성 소화불량 등이 추가된다. 한약 가격은 알레르기비염의 경우 5만2900원(1회 처방 기준)으로 책정됐다. 이 중 1만5870∼2만1160원을 환자가 낸다. 허리 디스크 한약은 5만1730원, 기능성 소화불량은 4만4220원으로, 이 중 30∼40%가 본인 부담이다.

현재는 환자 1명당 연간 1가지 질환으로 최대 10일까지만 처방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2가지 질환으로 최대 40일 처방이 가능해진다. 한의사 1명당 건보 청구 상한도 연간 300건에서 600건으로 완화된다.

다만 얼마나 많은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원래 한약값은 한의원이 ‘부르는 게 값’인데 건보를 적용받으려면 복지부가 정한 수가에 맞춰야 해서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 1차 시범사업 기간엔 전국 한의원 1만4557곳 중 2992곳(20.6%)이 참여했고, 예상 건보 지출액(1161억 원)의 3.9%인 45억 원만 쓰였다.

● 의협 “효능 검증 않고 건보 재정 확대해 합의 위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건정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의 한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건보 재정이 한정된 만큼 의학적 타당성과 치료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혜택을 넓혀야 하는데, 이런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생리통 치료 한약의 경우 복지부가 건보 적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5년간 연구용역을 벌였는데도 뚜렷한 검증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한약재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건보 적용 한약에 전갈이나 지렁이, 당나귀 가죽 등 동물성 재료가 쓰이는데, 현재는 원산지 표기조차 의무가 아니라서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의협의 지적을 ‘악의적인 폄훼’라며 반박했다. 한의협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약은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됐고, 건보 적용 혜택을 받은 대상자의 95.6%가 만족했다”고 주장했다.

의사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코로나19 진단 검사 권한, 전문의약품 사용 등에 대해 의사계가 형사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면서 양측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갈등이 내년 초로 계획된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협은 정부가 2020년 9월 의료계 총파업(집단 휴진) 중단 당시 ‘한약 건보 적용의 발전적 방향을 (의료계) 협의체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