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대학교수, 공공·민간 연구소 연구위원 등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기로’ ‘용문점액’ ‘살얼음판’ ‘변곡점’ ’Go or Stop’ 등을 꼽아 우리 경제의 중장기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온다), ‘운파월래’(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새어나오다), ‘사중구활’(수렁 속 한줄기 빛)과 같이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의견들과 ‘Squeeze Chimney’(올라갈 공간이 좁음), ‘Lost in Fog’(안개 속 길을 잃다) 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의견으로 갈렸다.
내년 우리 경제의 경기추세에 대한 전망은 대다수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 48.9%가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고 26.7%는 L자형의 상저하저, 16.7%는 우하향의 상고하저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31.1%가 2024년 하반기(7~12월)를, 26.7%가 2025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주요기관 전망치와 유사한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면서 세계경제는 2.7% 성장해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평균에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한국 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외 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가 37.8%로 가장 많이 우려됐다. 36.7%는 ‘글로벌 수출 경쟁 심화’, 33.3%는 ‘중국의 저성장’을 우려했다. 또 미국 통화긴축 관련 43.3%가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부터 인하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32.2%였고 24.4%는 내년 중에도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2024년은 우리경제가 지속성장의 길을 걷느냐, 장기침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각종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속성장의 길이 좁아 보이고,장기침체의 길이 더 넓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좁은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정부와 새롭게 구성될 국회가 힘을 모아 지원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