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1위 차지한 ‘프런티어’ 세계 유일한 엑사급 슈퍼컴퓨터 1초에 119경 번 연산 가능한 성능 국내에는 슈퍼컴퓨터 12대 있어… 국방-의료-에너지 등 분석에 활용
세계 1위 슈퍼컴퓨터로 선정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제공
국내 1위, 세계 22위 슈퍼컴퓨터가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 제공
지난달 미국 덴버에서 슈퍼컴퓨팅콘퍼런스(SC·Supercomputing Conference)가 개최되었습니다. SC는 고성능컴퓨팅(HPC·High-Performance Computing) 분야의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최신 연구 결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행사로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열립니다.
이 기간에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한 순위인 톱500을 발표합니다(결과는 www.top500.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국가별 보유대수 순위에서 총 12대로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7위, 성능 기준으로는 9위를 기록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테니스 코트 2개 크기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프런티어(Frontier)’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4회 연속 세계 1위라고 합니다.
● 세계 1위 슈퍼컴퓨터는 미국의 프런티어
슈퍼컴퓨터는 이름 그대로 컴퓨터 중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대용량 메모리, 고속 네트워크 등을 사용하여 일반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와 대용량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데요, 이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톱500에 해당하는 컴퓨터를 통상 슈퍼컴퓨터라고 하기도 합니다.
프런티어는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이자 공식적으로 전 세계 유일한 엑사급(Exscale) 슈퍼컴퓨터이기도 한데요, 컴퓨팅 성능을 실제로 측정한 값이 1.194엑사플롭스(ExaFlops)로 1초에 119.4경(1경=1만 조) 번 연산이 가능합니다. 이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측 속도가 10의 18승(1엑사)으로 엑사급 계산 능력을 보였다고 말합니다.
현재 슈퍼컴퓨터들은 대부분 페타플롭스(FetaFlops) 수준의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플롭스(Flops·floating-point operations per second)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1초에 수행 가능한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를 의미합니다.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계산 속도를 저도 짐작하기 어려운데요, 개인용 PC와 비교해 볼 때 현재 최고 성능의 PC가 20년 전 슈퍼컴퓨터 정도의 연산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 튜링상을 수상하기도 한 잭 동가라의 설명도 덧붙여볼게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1초에 한 번씩 계산한다고 가정할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가 1초에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계산을 하려면 4년이 걸릴 것이다.” 과연 슈퍼컴퓨터 이름답나요?
● 우리나라는 1988년 슈퍼컴 첫 도입
우리나라에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1호 슈퍼컴퓨터가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성능은 오늘날 스마트폰보다 못했으나 얼마나 귀한 물건이었는지 미국에서 들여올 때 공항에서부터 도로 통제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신줏단지 모시듯 천천히 운반했다고 하네요.
이후 2011년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슈퍼컴퓨터의 효율적인 구축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활용을 도모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가 국방, 항공 우주, 재난 예방, 의료, 기상,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 예측, 모델링, 시뮬레이션, 분석 등에 중요하게 활용되므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후 위기도 슈퍼컴퓨터가 풀까
다소 오래전부터 회자된 얘기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에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제작된 것이 없으며, 약국에 진열된 많은 의약품 중에도 슈퍼컴퓨터의 도움 없이 개발된 것은 거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규모 연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모든 분야에는 이미 슈퍼컴퓨터가 도입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네요.
슈퍼컴퓨터는 일반 컴퓨터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크게 공헌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라는 초거대 문제가 있죠? 슈퍼컴퓨터로 기후 위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김학인 한성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