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라는 것이 무 자르듯이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 연구하다 보면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처음 계획했던 주제보다 더 흥미로운 주제가 발견되기 마련이다. 한 편의 논문이라도 더 쓰고 싶고 더 앞으로 나가고 싶은 상황이 지속된다. 하지만 연구과제에는 늘 종료 시기가 있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학생들과 연구원 식솔을 거느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물리학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방사선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같이 거대 규모의 프로젝트 사업은 중앙정부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과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에는 여러 나라와의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가 생겨나면서 과학이 외교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국제적 과학 연구의 조직화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의 필수 과제로 지금 투자를 늦추는 것은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이런 큰 투자도 필요하지만 작은 실험실 투자도 필요하다.
오랜 외국 유학 생활을 접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이유는 한국의 똘망똘망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연구하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 열망 속 한구석에는 “한번 해보자!” 하는 경쟁심, 도전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연구했던 학생들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 등을 세계적인 첨단 기술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대학 연구실의 빛이 꺼지지 않게끔 대학원생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처럼 내년 연구비가 종료되는 위층 생명공학과 개구리 이 교수의 제자가 연말에 독일에서 잠시 귀국한다고 한다. 학교 앞 삼겹살집에서 이 교수와 함께 열심히 하라고 따듯한 격려를 꼭 해주고 싶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