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면책특권 판단 연기’ 요청 공화당 경선 앞두고 재판지연 작전 민주당 “보수 대법관들 재판 빠져라” 보수 우위 연방대법에 우려 시선
트럼프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미 연방대법원이 내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20일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백악관과 집권 민주당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현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해 일부 대법관을 관련 재판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연방대법원은 49년간 유지된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지난해 폐기하는 등 최근 잇따라 논쟁적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일부 대법관의 향응 의혹으로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는 신뢰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끼칠 주요 결정을 내리게 됐다.
● “대선에 직접 개입하게 된 연방대법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사태’ 가담 혐의 등으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에 대법원에 특권 여부를 신속히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년 1월 신속 판결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대법원이 면책특권을 기각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이 한창인 내년 3월부터 관련 재판을 받는다.
민주당은 일부 대법관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다.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최근 대법관 9명 중 경력이 가장 오래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재판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 임명했다. 또 보수 성향 로비스트인 그의 부인 지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에도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 트럼프 지지자, 주 대법관 살해 위협까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 후폭풍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에 “내가 직면한 모든 사건은 백악관 소행”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이 나에 대한 모든 정치적 허위 기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대선 캠프는 각계에 정치자금 모금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를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 또한 이 사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향해 “판사가 아니라 유권자가 내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강성 지지층은 온라인에 콜로라도주 대법관의 사무실 주소 등을 올리고 “이들을 죽이면 끝난다”는 위협 글까지 게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확실히 내란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콜로라도주 경선 참여권 박탈에 대해선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