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비효율 경영] 선로 72% 50년 넘은 통신기술 사용 긴급 상황 때 지시체계 혼선 우려 “사고 신속대응 체계 구축돼야”
지난해 7월 대전조차장역에서 수서역으로 향하던 수서발 고속철도(SRT) 열차가 궤도를 이탈했다.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던 이 사고는 고온으로 휘어진 선로를 달리며 발생했다. 약 1시간 전 이곳을 먼저 지났던 열차 기장이 선로 이상을 발견했지만, 관제사가 아닌 코레일 본사 기술지원팀장에게 전화로 알렸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팀장은 관제사가 아닌 본사 시설사령에게 보고했다. 규정대로라면 관제사에게 알려 후속 열차 운행을 조정해 사고를 막아야 했지만 제대로 대처를 못 한 것. 이후 업무지시나 보고도 카카오톡 메시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졌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대응’은 승객 11명이 다치고 약 56억 원의 피해를 낳는 사고로 이어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1일 국토교통부 발주로 진행한 ‘철도안전체계 심층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철도를 운행하고 통제하는 관제 업무에서도 도입 50년이 넘은 통신 주파수로 통신하는 등 비효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보고 체계가 파편화되어 있고, 통신 방식이 낡은 데다 일원화돼 있지 않아 신속성이 떨어진다”며 “1분 1초를 아껴야 하는 긴급 상황에 보고가 안 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국토부 철도안전체계에서는 기관사와 구간담당 관제사 간 연결이 자동화되지 않아 기관사가 구간에 따른 담당자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휴대전화, SNS 단체 대화방 등 보고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긴급 지시 체계에 혼선이 생기기 쉬운 구조다. 의사결정 핫라인(직통 전화)도 구축되지 않아 여러 책임자를 거쳐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한국은 1969년 도입한 초단파(VHF) 방식을 그대로 쓰는 선로가 전체의 71.9%에 이른다. 이는 짧은 음성만 전송할 수 있고 응급 전화나 관제사 자동 연결 기능은 없다. 반면 해외는 전 구간에 응급 전화, 관제사 자동 연결을 도입하고 있고 통신 방식도 음성과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도록 통일돼 있다. BCG 측은 “해외는 관제 집중화 센터와 현장 중심으로 사고에 대응하는데 국내는 이 역할이 대전, 구로관제센터와 200여 곳의 현장(로컬)에 흩어져 있다”며 “신속 대응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