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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수장관 후보자에 “양식장 허가를”… 청문회서 민원 쏟아낸 의원들

입력 | 2023-12-22 03:00:00

내년 총선 앞두고 ‘송곳검증’ 무색
“철도노선 변경을” “GTX 연장”
질의 26명중 20명 지역구 현안 언급
청문회 중반 지나면 절반이상 자리 떠




“울산 남부권에 온산선이라고 있는데 울산 남부권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폐지하고 우회노선을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C가 평택까지 연장되는 것 알고 있느냐. 용역 결과는 늦어도 내년 1월쯤에 발표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느냐.”(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경기 평택갑)

20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국토교통위원들의 지역 민원성 질의가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 차례 이상 질의한 의원 26명 중 20명이 각자 자기 지역구와 관련된 철도 노선 증설 및 그린벨트 해제 등 현안을 언급하면서 ‘곧 장관’이 될 후보자에게 해결을 촉구했다. 공직 후보자를 ‘송곳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실속을 챙기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사청문회 첫 질의부터 지역 민원 분출


국토부 인사청문회만이 아니다.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의원들의 지역 민원이 쏟아졌다.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화면에 ‘전라남도 만호해역 내 김 양식장 분쟁 현황’ 지도를 띄운 뒤 “노란 박스로 돼 있는 구역을 (해남군이) 양식을 하기로 완도군청·전남도청 간에 협조가 다 됐다”며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양식업 신규면허 허가에 반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강 후보자가 장관 취임하는 순간에 해결됐다고 봐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강 후보자가 “(아직) 후보자 입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윤 의원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결국 강 후보자는 마지못해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경남 창원 진해)도 “사실 저는 항만 건설 때문에 이 위원회에 와 있는데 진해신항이 새해부터 대대적으로 건설이 된다”며 “장관이 되시면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진해항 전체에 대한 영향이 어떻게 미칠 것이냐에 대해서 거시연구를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인사말부터 “충북 보은군 대추, 영동군 와인, 옥천군 묘목, 괴산군 절임배추의 고장 지역구다. 잘 기억해 두라”고 일렀다. 박 의원은 질의에서도 농업수입보장보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상 품목 및 지역에 충청북도는 하나도 없다”며 “(지역구 특산물인) 인삼, 복숭아, 포도, 사과, 이런 것이 농민들의 수익원이 된다. 이런 것을 좀 품목을 (보험 대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했다.

보다 못해 위원장이 지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19일 열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민주당 김주영 의원(경기 김포갑)이 의사진행발언에서 지역 현안인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전동차 고장 사고를 언급하면서 “기재부는 더 이상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서울∼김포) 5호선 (연장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인 김상훈 기재위원장은 “청문회 의사진행발언으로는 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송곳 검증’ 한다더니 청문회장 ‘텅텅’


민주당은 그간 강도형 후보자의 음주운전·폭력 전과, 박상우 후보자의 전관예우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들 청문회 자리에서도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나왔던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청문회 중반이 지나 오후가 되면 아예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19일 강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오후 3시 반경 농해수위 의원 19명 중 8명(여당 3명, 야당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일 박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오후 6시 반이 되자 전체 29명 중 10명(여 2명, 야 8명)만이 남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예산 협상이 막바지라 지역 쪽지 예산을 챙기느라 청문회 중에도 의원회관을 오가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총선이 임박하다 보니 사실상 의원들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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