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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유품 들어있는 가방 좀 찾아주세요” 호소했던 76세 노인…가방 찾았다

입력 | 2023-12-22 06:30:00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이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지하철 역사에 돌려달라는 글을 붙인 70대 노인이 주변의 도움으로 가방을 되찾았다.

앞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따르면 전날 한 누리꾼은 ‘어제 인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함’이라는 내용의 글과 A4 용지를 찍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종이에는 연락처와 함께 “12월 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백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는 글이 담겼다.

자신이 76세 노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백팩 속 내용물 중 USB 여러 개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제발 살려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 글을 붙인 고 모 씨(76)는 지난 8일 출장을 갔다가 김포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계양역에서 아들 차를 탔고, 길가에 잠시 놓아둔 가방을 깜빡해 분실했다고 생각해 계양역 일대에 해당 글을 프린트해 붙였다.

고 씨와 49년을 함께 지낸 그의 아내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다 2021년 10월에 지인 모임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73세의 나이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고 씨는 분실 13일째인 이날 공항철도 검암역 유실물 센터에서 결국 가방을 되찾았다. 고 씨는 지난 8일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하차하면서 전동차 안에 가방을 두고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당초 계양역 길가에 잠시 가방을 놔뒀다가 분실했다고 생각했으나,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분실 장소를 확인했다.

고 씨는 “경찰관이 CCTV를 확인해 제가 계양역 역사 내에서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전동차 안에 두고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실물 센터에 연락했더니 다행히 가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아내의 유품을 되찾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