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끝내고 인하로 돌아서는 ‘피벗(정책전환)’을 공식화함에 따라 내년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월가 주요 투자사 10곳 중 절반은 여전히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10곳 중 6곳이 6월에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현시시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2024년 미국 경제동향 전망’을 주제로 현지 간담회를 열고 “연준이 최근 경제전망에서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에서 2.6%로 상향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소폭(0.1%포인트)만 하향 조정했다”며 “이는 연준이 연착륙에 대한 확신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시티,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노무라, TD증권은 완만한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측은 공급망 정상화 순풍은 한계가왔지만 긴축 정책 누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내년에는 미국 저신용 기업들이 긴축 누적에 노출되며 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이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해당하는 사모대출을 통해 고금리 차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사모대출을 통해 부실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증가하고 있어 저신용 기업 부채의 잠재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규모는 2018년 7300억 달러(950조5000억 원)에서 2022년 1조5000달러(약 2000조 원)로 급성장했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미국에서 취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 자금이 마르면서 저신용 기업들이 심사가 까다로운 은행에서 사모대출로 갈아타는 사례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미 10개 투자사가 전망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제각각인 가운데 6곳이 6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예상 밖 비둘기 발언이 나오자 골드만삭스는 인하시점 전망을 이전 12월에서 3월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전 6월에서 3월로 앞당겼다. 웰스파고, JP모건, 노무라 등 6곳은 6월, TD 증권은 5월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인하폭도 기존 0.25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대폭 확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