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프로젝트’ 하태선 단장-‘위라클’ 박위 인터뷰
하늘빛 프로젝트 제공.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당연시되는 사회다. 단순히 직역하자면 ‘주고받고’라는 의미이지만, 우리는 ‘받기 위해 주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 속에서 기버(Giver‧주는 사람)의 삶을 살기로 한 이들이 있다. 토브컴퍼니 대표이자 ‘하늘빛 프로젝트’의 하태선 단장과 구독자 57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채널 ‘위라클’(Weracle)의 운영자 박위 씨다.
청소년 쉼터와 저소득층 학생들 등을 후원해 주기 위한 바자회와 콘서트를 여는 ‘하늘빛 프로젝트’는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특히 이번에는 박위 씨가 토크콘서트를 열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사고 후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재활 치료를 받으며 상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이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그를 보기 위해 수십 명의 장애인들이 온 것이다.
하태선 단장은 2021년 코로나19 때문에 소규모 행사를 기획하던 중 후원하던 아이들을 초청해 ‘비전 토크’를 해보고 싶었고 박위 씨를 강사로 초청하게 됐다. 그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게 됐고, 이번 바자회까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하태선 단장은 “올해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즐긴 행사가 된 것 같아서 무척 좋았다”며 “7년 전에는 정말 소규모로 진행된 행사가 점차 규모가 커져 다양한 형태의 연합이 이뤄진 것 같아 주최한 사람으로서 뿌듯할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늘빛 프로젝트 제공.
“어둠 가운데 빛이 돼주자는 것이 목표”
과거 싸이더스HQ, 키이스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던 하태선 단장은 언론 홍보일을 하며 알고 지내던 동종업계 사람들 중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과 모임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단돈 30만 원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 연극 배우의 소식을 듣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뜻을 모아 2017년 일일 카페를 열어, 수익금은 소외된 이들에게 전달했다. 그게 ‘하늘빛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하태선 단장은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2회, 3회, 그러다 지금까지 오게 됐다. 7년이나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아 수익금도 많아져서 국내에는 의정부 청소년 쉼터, 고양 여성‧청소년 쉼터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탄자니아에 있는 한 보육원에도 후원금을 주게 됐다”고 했다.
100명의 참석자로 시작된 ‘하늘빛 프로젝트’는 어느덧 1000명 가까이 모이는 큰 행사가 됐다. 그는 “같은 뜻을 갖는 사람들이 연대가 돼가는 것 같다”며 “어둠 가운데 빛을 비춰주자는 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목표다. ‘선’(善)이라는 빛이 모여 꿈을 잃는 아이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늘빛 프로젝트 제공.
“장애 있어도 행복할 수 있어, 기적 전하고 싶다”
2014년, 당시 28살이었던 박위 씨는 불의의 낙상사고로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고 5년간의 재활치료 후 상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장애를 얻으니 아픈 사람이 눈에 보였다”는 박위 씨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렵고 힘들게 사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소외를 당하여 정신적인 고통이 큰 이들을 보며 긍정적인 마음과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박위 씨는 “어느 날 재활치료를 받고 병원에 있는 기도실에 갔는데 ‘희망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크게 왔다”며 “그때부터 무작정 ‘난 뭘 할 수 있나’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건 ‘유튜브’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점이 그에겐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하는 장애인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기적이 오길 바라며 ‘위라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박위 씨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상실감, 불편함”이라며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이 너무 커져서 안타깝다. 다 같은 사람인데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영상을 보신 후에 이런 것을 깨닫고 변화하려는 개개인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어 보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최근 미국에 갔을 때, 샌디에이고에 있는 야구 경기장에 갔다. 그 야구장에는 장애인석이 500석이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다. 최근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갔는데 좌석만 수만 석이다. 그런데 장애인석은 겨우 14석 있었다.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늘빛 프로젝트 제공.
하태선 “지속적으로 사람을 세울 것”‧박위 “같은 아픔 있는 사람들 많이 만날 것”
내년에도 두 사람의 선한 나눔은 계속된다.하태선 단장은 앞으로도 하늘빛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고, 또 이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들을 연결해 주기 위해 또 1년간 열심히 임할 것이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하늘빛 프로젝트’는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지만, 좋은 영향력이 발휘돼 일상의 영역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길 바란다”며 “‘선’의 순환과 회복이 우리도 모르는 새에 스며들 듯 곳곳에서 일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튜브가 큰 사랑을 받으며 그를 찾는 곳이 점점 많아지면서, 고민도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여기는 가고, 저기는 안 가면 공평하지 않으니 가지 못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러려고 유튜브를 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이걸 시작했는데 하지 못하니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과 보호자들을 초청해 코칭 세미나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한 박위 씨는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이라는 위라클의 모토처럼 본질을 잃지 않겠다”며 “같이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마음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