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린 납북어선 ‘송학호’ 선장이 50여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5형사항소부(부장판사 최종한)는 22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망인 A씨의 재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930년생인 A씨는 송학호의 선장이며 지난 1995년 10월17일 사망했다.
해역에서 어로작업 중 군사분계선 이북이 반국가단체인 북괴의 불법 지배하에 있는 지역인 줄 알면서 같은 날 오전 9시께 월경해 북괴 지배하의 해역인 북위 38도 37분 15초, 동경 128도 33분 15초 해상으로 탈출한 혐의도 받았다.
반공법 위반,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공소가 제기됐고 대구지법 영덕지원에서 재판받았다. 법원은 1969년 10월30일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원심판결에 대해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970년 2월5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A씨의 자녀인 B(69·여)씨는 “수사를 담당한 수사관들이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했고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약 25일 동안 불법 구금했다”며 “수사관들의 행위는 불법 체포·감금죄에 해당하고 이들의 범죄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어 재심 사유가 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피고인 등 납북귀환 어부들의 납북 당시 작성된 납북선박발생보고, 묵호해군보안대 기록 등 자료를 기초로 ‘대부분의 납북귀환 어부들은 (고의로 월선해 조업하던 것이 아니라) 남한 해역에서 정상적인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결국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