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요청에 朴 “피하지 않을 것” 확정땐 野 김민석과 맞대결 예상 여권 “장관-참모출신 읍참마속을”
내년 4월 총선 출마로 개각 대상에 포함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사진)이 국민의힘으로부터 험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요청받은 뒤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공천의 새판을 짜도록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출신 출마자들이 솔선수범해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박 장관이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는 당에 백지위임했고 어떤 희생과 헌신 요구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영등포을을 포함해 험지 출마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준비했다가 험지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영등포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당 신경민 전 의원이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으며,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이 민주당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안 단독 처리가 “반헌법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온 만큼 86 운동권 출신인 김 의원이 있는 영등포을에서 맞대결을 펼치면 상징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동훈 비대위’가 용산 참모, 장관, 검사 출신들의 ‘낙하산 공천’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꾸는 핵심 지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 전 장관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무회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장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에 대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의결했던 험지 출마 등 ‘희생’ 혁신안을 현실화할지가 비대위 성공을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인사는 “용산 참모와 장관 출신에게는 더 희생하고 헌신하라는 취지에서 ‘당선에 유리한 좋은 지역구를 안 준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