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호시노리조트 도마무 정상에서 구름과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곤돌라를 타고 해발 1088m 전망대에 오르면 도마무 산의 설경이 펼쳐진다.
미치도록 눈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얀 눈 위로 벌러덩 누워서 팔다리를 휘젓고 싶을 때가 있다. 펑펑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하염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중심부 깊은 산속 마을 도마무에서 압도적인 설경을 만났다. 새하얀 가루눈(분설·粉雪)이 하늘하늘 흩날리는 숲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 홋카이도에 내리는 눈
수북이 쌓인 가루눈 위로 누운 여행객.
호시노(星野) 리조트 토마무는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동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인 토마무 산 정상 근처에 있다. 홋카이도 호시노 리조트 도마무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여름에는 구름이 바다처럼 흘러가는 운해를 볼 수 있어 ‘운카이(운해·雲海) 테라스’, 겨울에는 상고대 설경이 아름다워 ‘무효(무빙·霧氷) 테라스’라고 불린다.
무효 테라스 산책길에 있는 클라우드 풀.
얼음꽃을 이미지화한 ‘무효 커피’.
무효 테라스는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의 스키 슬로프 중 가장 긴 코스(4.2km)가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실버벨 코스에서 더 타워 부근의 초심자 코스까지 이어진다. 토마무에는 총 29개의 슬로프가 있는데 총길이가 21.5km, 슬로프 총면적 123.9ha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20여 년 만에 스키를 신어본 기자도 초급 코스에 올랐다.
홋카이도의 스키장은 파우더 스노가 슬로프에 푹신하게 깔려 있어 넘어져도 크게 안 다친다는 설명에 도전해 보았다. 평지에서 연습을 마친 후 리프트를 탔다.
그러나 어찌나 온몸에 힘을 주고 탔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장비를 벗고 1층 카페에서 슬로프를 바라보며 마시는 주스가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숲 설경이 보이는 호시노 리조트 도마무의 니니누푸리 레스토랑.
토마무에는 골프장을 없애고 지은 목장도 있다. 목장에서 키운 소의 우유를 아침식사로 제공하고, 치즈와 초콜릿을 만들기도 한다. 목장의 고즈넉한 눈 풍경은 겨울철 액티비티 장소로도 그만이다. 스노모빌이나 버기카를 타고 눈밭을 달리다 보면 하얀 세상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잠시 탈것에서 내려 두껍게 쌓인 파우더 스노 위로 풍덩하고 몸을 던진다. 멜로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낭만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 물의 교회와 아이스빌리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2)는 빛과 바람, 물과 같은 자연을 그대로 살린 종교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만든 종교 건축으로는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와 함께 도마무에 있는 ‘물의 교회(Chapel on the Water)’가 있다. 또한 홋카이도 붓다의 언덕에 콘크리트로 만든 ‘두대불전(頭大佛殿)’을 짓기도 했다. 계단을 통해 내려오니 물의 교회 내부로 입장하게 된다. 정면에는 대형 유리창이 있고, 창틀이 십자가 모양을 이루고 있다.
창밖에는 계곡물을 끌어다가 만든 인공연못이 있고, 그 위에 또 철제 십자가가 서 있다. 추운 겨울이라 연못의 물은 얼어붙었고, 눈이 쌓여 있었다.
물의 교회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십자가 뒤편으로는 까만 밤하늘과 함께 키 큰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위로 에메랄드빛으로 보이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실내 조명을 끄니, 창밖으로 펼쳐지는 십자가와 숲의 풍경이 또렷이 살아난다. 순간적으로 ‘헉!’ 하는 감탄사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소름이 끼치는 적막 속에서 너무나 신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축과 빛만으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일본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서 건강하라고 소원을 빌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고, 장례식은 절에서 한다고 한다. ‘물의 교회’도 결혼식 장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이스빌리지로 가는 길.
아이스빌리지 안에 있는 아이스 우체통.
도마무(홋카이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