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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오길”…전기-물 끊긴 우크라 아이들의 성탄 소망

입력 | 2023-12-24 15:46:00

크리스마스트리 구경하는 키이우 시민들.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있는 아빠가 크리스마스에는 돌아오면 좋겠어요. 아빠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크라이나 여섯 살배기 카야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 니콜라스에게 소원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카야 아빠 드미트리는 제47기계화여단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성 니콜라스는 4세기 초 동로마 제국 주교로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여겨진다.

미국 CNN은 전쟁 속 두 번째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성 니콜라스에게 전한 편지 사연을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러시아가 기반시설을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은 전기, 난방, 물이 끊기거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스산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가족을 잃은 열한 살 소녀 솔로미야의 새해 소원은 평화다. 솔로미야 아빠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졌다. 8년 후 러시아가 다시 침공해오자 솔로미야 가족은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북서부로 터전을 옮겼다.

1년 6개월 전 독일 뮌헨으로 피란 온 아르템(7)과 티모피(6) 형제는 성 니콜라스에게 바라는 것으로 “평화, 건강, 꽃이 만발한 우크라이나”와 “평화, 가족, 우크라이나, 아빠, 신”이라고 썼다. 여전히 러시아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이 날아드는 키이우에 사는 열두 살 카탸는 “(성 니콜라스가) 방공 시스템에 격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키이우 방공 시스템이 대부분 요격하지만 큰 폭발음이 들리기도 하는 탓이다.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이들이 최소 560명 숨졌다. 민간인 사망자는 1만 명이 넘고 부상자는 1만8500명에 이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