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김광수 롯데 코치가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악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오른손에 힘이 넘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선수 생활을 한 11년 동안 그는 한 번도 타격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은퇴 한 해 전인 1991년에 50도루로 이 부문 2위를 했다. 정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1987년엔 볼넷 1위(54개)에도 올랐다. 그는 “사실 내가 발이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다. 체구도 작고 힘도 약했다.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 열심히 지켜보니 어느 순간 상대 투수의 습관이나 포수의 약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무엇보다 그는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기나 훈련이 없는 날 그는 목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트 단지 내 사우나에 가서 반신욕을 20분가량 한 뒤 냉탕에서 잠시 몸을 식힌다. 이후 다시 사우나에서 20분가량 땀을 낸 뒤 냉탕으로 마무리한다.
하체 근력은 가벼운 등산으로 유지한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아차산과 청계산, 경기 하남의 검단산 등을 오른다. 산에 가지 않을 때는 집 주변에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등을 걷는다. 그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과 스피드는 떨어진다. 하지만 관리하는 만큼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어떻게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 시절 그를 당대 최고의 2루수로 만든 것도 반복된 훈련이었다. 프로 첫해 그는 김성근 전 감독의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 주는 땅볼)를 받았다. ‘펑고의 달인’이라 불리던 김 전 감독은 한번 방망이를 잡으면 1000개가 기본이었다. 김 코치는 “하루에 1000개를 치는 사람도 대단했고, 그걸 받는 사람도 대단했다”며 “처음엔 공을 따라 몸이 움직였다. 그런데 하루 1000개씩 공을 받다 보니 언젠가부터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며 웃었다.
지도자로 30년간 펑고를 쳐 온 그는 요즘도 수시로 악력기를 든다. 그는 “펑고를 치려면 손아귀 힘이 떨어지면 안 된다”며 “야구장에 나가는 건 언제나 즐거웠다. 선수들과 오랫동안 행복한 야구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