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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 뚫고 골드바 사러왔어요”… 금리인하 기대에 ‘金값’ 역대 최고[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3-12-24 23:39:00

날개 달린 금값에 ‘金테크’ 열풍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대표적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金)값이 최근 고공 행진하고 있다. 치솟는 금값에 골드바 등을 직접 사거나 골드뱅킹(금 통장)을 통해 금에 간접 투자하는 ‘금테크(금+재테크)’족들도 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 금값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가지고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순금 사려는 사람 30% 늘어”…금 통장·ETF도 인기





“내년에 금값이 더 오른다길래 연말을 맞아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재테크 수단으로 미니 골드바를 구매했어요.”

21일 오후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민모 씨(34)가 3.75g짜리 미니골드바를 보여주며 “내년에 금값이 오르면 되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졌지만 매장 안은 귀금속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소설희 경제부 기자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채모 씨(54)는 “금값이 다시 막 오르기 시작한 10월쯤엔 돌반지 등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11월부터는 오히려 순금을 사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30% 정도 늘었다”며 “내년에 금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12년간 귀금속 장사를 한 김모 씨(47)도 “석 달 전엔 3통가량이었던 순금 구매 문의 전화가 오늘만 10통 넘게 왔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금값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4일에는 아시아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이 장중 2152.3달러까지 상승하며 역대 가장 높이 오르기도 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고점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연초(1846.1달러) 대비 12% 이상 높은 상태다.

국제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 시장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까지 12월 금 거래량은 1015.9kg이다. 특히 지난달 금 거래량은 1222.8kg으로 올 4월(1385.5kg)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올 3월(1471억 원)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금 거래대금도 10월(1003억 원), 11월(1023억 원) 다시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이 강세를 보이자 골드뱅킹(금 통장)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 관련 금융상품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21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금 통장 합산 계좌 수는 25만374개로 지난해 말(24만3981개) 대비 2.6% 늘었다. 같은 기간 금 통장 계좌 잔액은 5032억 원에서 5098억 원으로 60억 원 넘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금 ETF인 ‘ACE KRX 금현물’과 ‘TIGER 골드선물(H)’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2일 기준 각각 12.5%, 6.5%다.





● 금리 인하 기대감·중앙은행 금 매입세에 금값↑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금값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긴축정책이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대체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달 13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금리는 정점을 찍었거나 근처에 다가갔다”고 말하며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예고에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며 대체관계에 있는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 통상 달러 가치와 금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을 때는 금 같은 현물 대신 이자 수익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은 오름세를 보인다. 실제로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2일(현지 시간) 101.70으로 한 달 전(103.92)에 비해 2.1% 떨어졌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1일 세계금협회(WGC)는 3분기(7∼9월) 보고서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 1∼9월 총 800t의 금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중국은 이 가운데 81t의 금을 매입했는데 반대로 미국 국채는 계속 내다팔았다. 10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7696억 달러로 14년 5개월 만에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등의 이유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집세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미중 갈등 등의 이유로 미 국채는 내다 팔고 금 매입세를 키우며 금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것도 금값 상승의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집세로 내년에도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기 상황에 따라 금값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경기가 경착륙(심각한 경기 침체)하게 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이 더욱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내년 금값이 최대 25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통상 고금리 상황에서 금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최근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도 금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내년엔 금리까지 내릴 확률이 커서 금 가격이 더욱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값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3차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음에도 시장에선 5, 6차례 금리 인하를 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 금 투자에 무조건 뛰어드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에도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미국 대선 등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아 금값의 변동 폭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각자에게 맞는 ‘금테크’ 방식 찾아야




‘금테크’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아졌지만 금 투자 방법이 다양한 만큼 각자에게 잘 맞는 투자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우선 은행이나 금은방에서 골드바 등 금 실물을 직접 구매하는 직접 투자가 있다. 금을 실물로 구매하는 경우 훗날 금값이 올라도 매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부가가치세 10%를 따로 내야 하고, 금을 사고팔 때마다 1kg 기준 판매 수수료도 5%가량 내야 해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금 투자가 익숙지 않다면 시중은행의 금 통장을 통해 간접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모바일, 인터넷뱅킹 등으로 간편하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구매하고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출금 땐 시세와 환율에 맞춰 현금이나 금 현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골드뱅킹은 통장을 통해 0.01g 단위로 자유롭게 금을 사고팔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금으로 실물 인출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금을 매도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을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고 금으로 돌려받을 경우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로 따라붙는다.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을 통해 금 현물에 간접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주식과 유사하게 시중 증권사에서 금 투자 계좌를 만든 뒤 해당 계좌로 KRX 금 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방식이다. 거래 때마다 0.3% 안팎의 증권사 매매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금 투자로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 위의 두 가지 투자 방식과 달리 부가가치세나 배당소득세 등이 따라붙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금을 실물 인출할 때는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이 외에도 금 관련 기업이나 ETF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소설희 경제부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