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바탕으로 항상 최고의 품질을 표방했다. ‘겐바(現場)’에서 답을 찾아내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는 ‘가이젠(改善)’ 정신은 이른바 ‘도요타 웨이(Toyota Way)’라는 경영학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인증시험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의 부정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품질과 신뢰의 도요타’ 대신 ‘조작의 도요타’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얻고 있다.
▷최근 도요타의 자회사이자 경차 전문 브랜드인 다이하쓰공업은 자동차 품질인증 시험 과정의 부정을 인정하며 전 차종의 출고를 중단했다. 일본 내에서는 사실상 무기한 생산 중단에 들어갔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출하를 멈췄다. 제3자 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다이하쓰는 충돌 시험, 배기가스 시험, 연료소비효율 시험 등에서 1989년부터 총 174건의 부정을 저질렀다. ‘프로박스’, ‘루미’ 등 도요타의 22개 차종, 스바루 9개 차종, 마쓰다 2개 차종 등 64개 차종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일본 사회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에어백 충돌 검사 부정이었다. 사고가 나면 충격 센서가 감지해 에어백이 터져야 하는데, 충돌 검사 시 미리 타이머를 설치해 놓고 충돌할 때쯤 에어백이 작동하도록 손을 썼다. 충격 센서 개발이 늦어지자 일단 인증을 통과하려고 이런 위험천만한 꼼수를 동원했다. 충돌 시험에 사용한 장치를 실제 판매되는 제품에는 달지 않거나, 운전석의 충돌 검사를 하지 않고 조수석의 시험 결과를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일본은 제3자 조사위원회를 통해 원인을 조사하는데 내용이 대개 비슷하다. 문제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폐쇄적 조직 문화가 제일 먼저 지적된다. 이번 다이하쓰 보고서도 “현장에서 목표 달성과 일정 엄수의 압박이 심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없었다”고 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생산설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이 각종 부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안전 문제와 타협하고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기업의 생명은 끝나게 된다. 우리 기업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