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첨단 인공지능(AI)까지 도입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AI 타기팅 시스템을 통해 하마스 요원의 위치를 찾아내 폭격하는 공습을 하고 있다. 더 많은 폭격 대상을 찾고 민간인 사망자 수를 사전에 추정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27일간 1만2000개 이상 목표물 공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폐허가 된 마을. [뉴시스]
하브소라는 이스라엘 통신정보부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타깃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다. 이 AI 시스템은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무장세력이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집 또는 지역을 표적 삼아 공습을 가할 수 있는 권장 사항을 제시한다. 또한 주택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사망할 수 있는지 미리 예상하고 잠재적인 부수 피해를 평가한 결과에 따라 공격을 결정하도록 돕는다.
하브소라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핵심 기능인 ‘확률적 추론’ 방법을 통해 표적을 생성한다. 기본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식별하고 결괏값을 설정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효율과 정확도는 주로 처리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양에 따라 달라진다. IDF는 최근 수년간 무장세력 용의자 3만~4만 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거주 정보 등을 수집해왔다. 이 정보와 함께 드론 영상, 위성 감시 데이터, 통신 감청, 세부적 움직임과 행동 패턴 모니터링 등으로부터 얻은 대규모 정보 세트를 분석해 타기팅 기반으로 삼는다.
IDF에서 표적화 작업을 수행한 탈 미므란 예루살렘 히브리대 강사는 미국 국립공영라디오를 통해 “AI 시스템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능가하는 속도로 기존 정보 요원들이 하던 일을 대신한다”며 “장교 20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300일 동안 50~100개 표적을 생성할 수 있는 데 비해, 하브소라는 10~12일 동안 약 200개 목표를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DF는 표적 프로그램 가동 전 연간 50개 표적을 생성했지만, 시스템이 활성화된 이후부터는 하루 100개 이상 표적을 생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중·러, AI 군사도구 개발
이스라엘군이 인공지능(AI)으로 가자지구 내 하마스 무장세력을 표적화해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공군 제공]
미국 뉴욕시립대(CUNY) 대학원 센터와 오리건 주립대 지구환경과학 공동연구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건물 3개 중 1개가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만8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AI가 전쟁에 도입된 것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첫 사례는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드론, 위성과 관련된 AI 기술을 사용했으며, 중국도 관련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또한 현장에서 표적을 식별하는 AI를 개발 중이다.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AI 프로젝트 ‘메이븐(Maven)’을 통해 AI 컴퓨터 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 중 일부 도구는 인간 분석가가 검색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위성 이미지를 수집하며, 상용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사용해 탱크나 대공포를 직접 찾아내기도 한다.
군사적 AI 사용, 국제 안보 강화해야
미국공군연구소가 AI 프로젝트 ‘메이븐’의 일환으로 개발한 차세대 ‘공공 경찰·전자전 체계(ARES)’ 항공기 자율연구시스템. [미국공군연구소 제공]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