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부부 방에서 발화… “창밖으로 뛰어내려” 두아이 부모도 창으로 탈출… 30대 아내 중상 이웃 주민 “펑 터지는 소리 난 뒤 검은 연기”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소방작업을 하고 있다. 연휴이자 성탄절인 25일 오전 4시 57분께 27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소방작업을 하고 있다. 연휴이자 성탄절인 25일 오전 4시 57분 경 27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대 남성 등 2명이 사망한 가운데 처음 불이 난 집에 거주하는 70대 김모 씨가 “작은 방에서 불이 난 뒤 연기가 차올라 아내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골절상 등 중상을 입고 성북구의 한 병원에 김 씨는 이날 “불이 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신 없이 거실 창문 밖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뛰어내린 여성은 신내동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봉경찰서와 도봉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경 해당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최초로 접수됐다. 이 화재로 신고자 임모 씨(38)를 포함한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화재로 숨진 박모 씨(33)는 불길로부터 어린 두 자녀를 지키기 위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최초로 불이 난 곳 바로 위층인 4층에서 아내 정모 씨(34)와 0세, 2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정 씨는 경비원들이 쌓은 재활용 포대 위로 첫째 딸(2)을 던지고 자신도 뛰어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는 7개월 된 둘째 딸을 던질 수 없어 안고 뛰어내렸는데 옆으로 떨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녀는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30대 아내는 어깨 등을 다쳐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은 인력 312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신고 접수 약 1시간 40분 만인 오전 6시 36분경 큰 불을 잡았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26일 현장 감식에 착수해 피해 규모 및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