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자유주의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경제 개혁 정책 여파로 아르헨티나 물가가 초고속 상승하고 있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12.8% 올랐고, 12월에는 11월보다 25~30%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80% 뛰어 1990년대 초(超)인플레이션 위기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커진다.
NYT는 “밀레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충격 요법’을 공약한 대로 고물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도 “구조조정과 충격 말고 대안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있을 것이지만 국가 재건을 위한 쓴 약”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일간 인포배 조사에 따르면 12~19일 쌀 빵 파스타 우유 같은 식료품 가격은 50% 올랐다. 주식인 소고기 값은 이달 들어 40% 뛰었다. 공산품 가격도 올랐다. 교사 페르난도 가이 씨는 NYT에 “기저귀 값이 한 달 새 두배로 뛰었다. 월급날이면 생필품을 최대한 많이 사둔다”고 말했다. 식료품점 주인 로사 알바레즈 씨는 “이렇게 가격이 빨리 오르는 건 처음 본다. 하루에 두 번씩 가격표를 갈아끼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초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이코라티나는 향후 2개월간 물가가 지금보다 80% 뛸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전문가들 사이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인구 40% 빈곤층을 감안한) 보완책 없이 강행했다고 비판이 함께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