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사형수 교화’ 안홍기 목사 “경범죄자 교정-교화 더 신경써야 중범죄 악순환 고리 막을수 있어”
“옥중에서 낸 시집 인세를 피해자 유가족에게 보내는 사형수도 있지요.”
서울 영등포구 글로벌 찬양의 교회에서 21일 만난 안홍기 목사(66·법무부 교정위원·사진)는 “흔히 사형수 정도면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목사는 20여 년간 사형수 등 중범죄자 교화 사역을 해 ‘사형수, 조폭 교화 전문 목사’로 불린다.
―같은 노력이라면 사형수 같은 중범죄자보다 죄가 가벼운 이들을 교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습니까.
“제 경험으로는 사형수나 10년, 20년씩 사는 중범죄자들이 오히려 쉬웠어요. 그 사람들은 체념하고 다 내려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1, 2년 사는 사람들은 곧 나가니까 욕심도 버리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운이 없어서 잡혔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교화가 쉽지 않아요.”
“제가 사형수 8명을 교화 중이에요. 오늘 만난 사형수는 20여 년째 수감 중인데 옥중에서 시집을 내서 그 인세로 연락이 되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얼마라도 보내줬어요. 용서도 빌고요. 물론 교화가 안 되는 사람도 당연히 있지요. 참회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유가족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았을까요.”
―교정위원인데, 우리 교정 정책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름은 교정·교화 정책인데 실제로 그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해요. 처음부터 중범죄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작은 범죄로 들어왔을 때 제대로 교정·교화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거든요. 소년범은 특히 더 그렇고요. 그런데 교정위원인 저조차 하루 면담 시간이 10분밖에 안 돼요. 그 시간에 뭘 할 수 있겠어요. 교정 활동이 아니라 일반인 면회 개념으로 생각하는 거죠.”
―일각에서는 교정보다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휴…. 교정·교화에 더 투자하고 노력하면 작은 범죄가 큰 범죄로 자라는 걸 차단할 수 있어요. 재범률도, 수도 줄겠죠. 그런데 근본적인 노력을 안 해 범죄를 키워놓고, 대책이라고 처벌을 강화하고 교도소를 더 짓고 각종 관리 장비와 인력을 늘리는 게 과연 합당한 방법이겠습니까? 저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서 범죄가 더 흉악해져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형 집행을 할 때도 흉악범죄는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생각을 바꿨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