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100년 기념 ‘위시’ 내달 개봉 ‘겨울왕국’ 감독 등 제작진 참여 ‘정글북’ 곰 발루-사슴 밤비 나오고, 백설공주 영화속 거울도 등장시켜 디즈니 작품에 대한 오마주 가득… “밋밋한 노래 아쉬워” 평가도
‘위시’에서 왕이 소원을 이뤄주는 로사스 왕국에 사는 아샤가 친구인 아기 염소 발렌티노와 함께 왕궁을 바라보고 있다. ‘위시’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누구라도 마음속에 빛나는 소원 하나는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소원을 이룰 힘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 디즈니가 100년 동안 62편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단 하나의 주제를 오롯이 담은 애니메이션 ‘위시’가 내년 1월 3일 개봉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 100주년 기념작으로, ‘겨울왕국’ 제작진이 참여했다. 영화는 올해 100년을 맞은 디즈니를 향해 보내는 한 편의 러브레터 같다.
소원을 이뤄주는 로사스 왕국에 사는 아샤(아리아나 더보즈)가 주인공이다. 로사스 왕국을 세운 매그니피코 왕(크리스 파인)은 마법사다. 왕국의 소년 소녀들은 18세가 되면 왕 앞에서 소원을 빈다. 왕은 이들의 소원을 구슬에 담아 첨탑에 보관하고, 한 달에 한 번 소원성취식을 열어 그날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소원을 이뤄준다. 소원이 구슬에 담기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잊게 된다. 그 대신 왕이 언젠가는 자신의 소원을 간택해 이뤄줄 거라고 믿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어느 날 왕의 견습생이 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간 아샤는 매그니피코 왕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백성들 앞에서는 이들의 소원을 소중하게 보관하며 언젠간 이뤄줄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자신의 왕좌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백성들은 스스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소원의 내용을 잊은 채 그저 왕이 이뤄주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샤는 소원 구슬들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별’이다. 아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별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장난기 가득하고 귀엽다. ‘위시’에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적잖게 참여했다. 별을 작업한 윤나라 애니메이터는 “한 살배기 둘째 딸을 자주 관찰했다. 기뻐할 때 온몸으로 꺄르르 웃는 모습이 별 모양처럼 보였던 날 영상으로 촬영했다가 별의 움직임을 작업할 때 참고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먼저 개봉한 북미에선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등에 밀려 흥행 성적이 썩 좋진 않다. 작품성은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샤가 ‘겨울왕국’의 안나나 엘사만큼 매력 넘치게 그려지지 않았고, 삽입된 노래들이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디즈니가 100년 동안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 볼 것. 아름다운 쿠키가 기다리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