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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조현범 승리… 법정공방 여지 남아

입력 | 2023-12-26 03:00:00

조양래 명예회장-효성 백기사 나서
장남 조현식 고문측 공개매수 실패
MBK, 명예회장 지분취득 조사 요청
내년까지 법적 다툼 이어질듯




3년 만에 다시 벌어진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과 친척 회사 효성그룹이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차남 조현범 회장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장남 조현식 고문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조 명예회장의 지분 획득 과정에 대한 수사를 금융 당국에 요청하는 등 법정 공방 여지를 남겼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사실상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이던 22일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27일 결과 공시를 앞두고 공개매수가 ‘불성사’됐음을 공표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5일 20.35∼27.32% 지분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 공고를 낼 당시 목표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 주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조 고문(18.93%) 측 우호 지분은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과 차녀 조희원 씨(10.61%) 등 총 30.35%에 그쳤다. 반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7.19%다.

지분 싸움은 끝났지만 조 명예회장을 겨냥한 법적 다툼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이달 들어 4.41%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MBK파트너스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한 것도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을 예상케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지분 싸움이 일어나도 우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가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1월에 2심이 열릴 조 명예회장의 한정후견(고령 등 이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를 받는 제도) 개시 심판의 2심 결과는 향후 양측 분쟁의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1차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던 이 심판은 사실상 지분 싸움을 통한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 조 고문 측이 기댈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청구가 인용되면 조 명예회장의 3년 전 주식 매각을 취소해 달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심판은 조 명예회장이 2020년 6월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매각하자 그 한 달 뒤 조 이사장 청구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1심에선 재판부는 기각을 결정하며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조 명예회장은 2심 심문에 맞춰 병원에서 정신 감정 등 의견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싸움에서 패배한 조 고문 측은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의 사법적 위험성(리스크)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한편으로 조 명예회장의 심판 결과에 따라 지분과 법정 공방 중 더 유리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