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양보 선수에 선물 MLB 관례
아침에 현관 문을 열었더니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선물로 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팀 동료 조 켈리의 아내 애슐리에게 선물한 포르셰. 사진 출처 애슐리 켈리 인스타그램
2019년부터 17번을 달았던 켈리는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설이 나올 때부터 등번호 양보 의사를 선뜻 밝혔다. 애슐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타니 영입 캠페인’을 벌이며 남편의 등번호를 99번으로 바꿔 달기도 했다.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 계약 후 켈리도 “오타니가 지금처럼 활약한다면 분명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다. 그게 나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선물 대신 현금을 준 사례도 있다. 왕년의 도루왕 리키 헨더슨(65)은 1993년 토론토로 이적하면서 터너 워드가 달고 있던 24번을 얻기 위해 현금 2만5000달러(약 3258만 원)를 건넸다.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당시로선 상당한 액수였다. 2014시즌 도중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된 존 래키는 등번호 41번을 선뜻 양보한 팻 네식에게 베이브 루스(1895∼1948)의 친필 사인볼을 선물했다.
2012년 피츠버그에 입단한 A J 버넷은 대니얼 매커친의 딸 대학 등록금을 대주기로 약속하고 등번호 34번을 넘겨받았다. 당시 MLB 최저 연봉을 받고 있던 매커친은 아내의 배 속에 있던 딸 대학 등록금을 먼저 요청했고 버넷이 이를 받아들였다.
등번호 양보를 거부한 경우도 있다. 1989년 뉴욕 메츠로 이적한 사이영상 수상자 프랭크 바이올라가 16번을 양보해 달라고 하자 드와이트 구든은 “뭐든지 다 줄 수 있지만 등번호만은 안 된다”며 거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