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男싱글 국가대표 김현겸 ISU 피겨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 銀 2022 2023 선발전 통과 못했지만 트리플 악셀 연습 집중할 시간 얻고, ‘쿼드러플 토’까지 완성해 성적 점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김현겸이 18일 서울 태릉선수촌 인근 한 카페에서 스케이트를 품에 안고 미소짓고 있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딴 김현겸은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싱글 최초 메달에 도전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국가대표 김현겸(17·한광고)은 좀처럼 추위를 타지 않는다.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상태였지만 ‘야외에서 외투 없이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는 말에 망설임 없이 점퍼를 벗었다. 김현겸은 또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에게서 음악적 소양을, 젊은 시절 검도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에게서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 그러니 차가운 빙판 위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피겨스케이팅을 만난 건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현겸은 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이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이전에는 ‘피겨 왕자’ 차준환(22·고려대)이 2016년 대회를 3위로 마친 게 최고 순위였다.
김현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피겨는 내 운명’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김현겸의 가족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에서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사를 갔다. 집에서 국가대표 훈련장인 서울 태릉실내빙상장까지 거리는 약 30km에서 60km로 두 배가 됐다. 많은 피겨 선수들이 태릉과 가까운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로 이사하는 것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김현겸은 “쟁쟁한 형들이 많아 국가대표 선발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며 “국내대회에서도 잘해야 5등이었다”고 말했다.
김현겸은 올해 1월 열린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3∼2024시즌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면서 차준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현겸은 결국 1, 2차 선발전 합계 4위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김현겸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일요일 딱 하루만 빼고 인천 청라에서 태릉까지 왕복 120km를 매일 운전 중이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김현겸은 ‘쿼드러플(4회전) 토’까지 완성했다. 김현겸은 쿼드러플 토를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첫 점프로 배치하면서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은메달, 5차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파이널 무대에서 이 점프에 실패하면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김현겸은 “큰 경기였고 (쇼트프로그램 1위로 프리스케이팅 연기 순서가 가장 늦어) 긴장을 오래 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현겸은 이제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아직 한국 남자 싱글 선수 누구도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김현겸은 “이렇게 큰 대회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때 후회가 많이 남아서 이번에는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