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당초 20층 안팎 개발 예정지 올해 10월 32 41층 고밀개발 변경 인근 주민들 “일조권-사생활 침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시위 나설것” 전문가 “고밀개발 늘면 분쟁 많아져”
23일 찾은 서울 중구 주상복합 아파트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23층 거실 창문 밖을 보자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창밖 아래쪽으로는 아파트 폭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커다란 공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을지면옥 등이 있었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3구역이다. 서울시는 올해 10월 이곳에 최고 41층 높이 오피스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1단지 동대표 현정이 씨(32)는 “앞에 20층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해가 잘 들도록 20층 이상을 선택했다”며 “저층에 비해 분양가가 9000만 원가량 높았는데 이제 와서 40층대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 대개조’의 대표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세운지구 개발이 인근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시가 올해 10월 이 일대를 32∼41층(최고 203m) 높이로 개발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일조권과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도심 고밀 개발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어 일조권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중구청에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이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영민 피해대응모임 대표(44)는 “청약 당시에는 이 정도의 고층 계획이 없었다”며 “설계가 확정되는 내년 초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시위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10월 서울시에서 이 구역을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꾸고, 기존보다 약 두 배 높이(최고 41층·203m) 오피스 5개 동이 들어서도록 변경했다. 상업지역은 주거지역과 달리 토지 경계부터 50cm 거리만 두면 일조권 제약 없이 건축물을 올릴 수 있다.
고밀 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세운지구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는 건물이 들어서는 땅 30% 이상에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면 높이나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 더 높이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도심 스카이라인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 노후 아파트도 공공기여 등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50∼60층 규모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고밀 개발이 늘어나면 일조권 분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고층 주거·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선 부산 해운대구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최근에도 마린시티 홈플러스 해운대점 자리와 한화갤러리아 땅에 각각 54층 오피스와 73층 실버타운을 지으려는 계획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양승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건물 층수를 높일 경우 건물 폭을 좁게 설계해 개방감을 확보하는 등 상업지역이라도 일조권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공공기여가 인근 주민에게 실제 혜택이 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월 관련 공청회 등을 통해 개발이 되고 나면 주변 환경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