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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發 금융 불안… 5대 시중銀 ‘건설업 연체액’ 2년새 3배

입력 | 2023-12-26 03:00:00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경기 침체
소규모 저축銀 부동산PF도 경고음
부실채권 비율 1년반새 5배로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부동산과 건설업을 발원지로 한 금융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규모가 작고, 지방에 있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 비율이 1년 6개월 만에 5배 수준이 되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보다 규모가 큰 5대 은행의 건설업 관련 연체액도 약 2년 새 3배 넘게 치솟았고,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2배 수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금융권의 부실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 소규모-지방 저축은행 PF 위기 고조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점검 대상이 된 47개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작아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지 못한 곳이다. 47개 저축은행 중 43곳이 자산 규모 1조 원 미만이고, 그중 29곳은 5000억 원 미만 소형사다. 또 지방 소재 저축은행도 30곳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2021년 말 1.3%에 그쳤던 이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6월 말엔 6.5%로 폭증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말한다.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업에 대한 연체율도 3.2%에서 9.6%로 상승했다. 건설업에 대한 연체율 역시 이 기간 2.7%에서 7.0%로 올랐다. 전체 업종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같은 기간 3.4%에서 6.8%로 오른 것에 비해 건설 및 부동산 업종의 부실 비율 상승 폭이 더 큰 것이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 저하와 높은 지방 사업장 비중 등을 고려할 때 (47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 지표는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의 사례처럼 일부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저축은행으로까지 문제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올 7월 대출 채권 부실 위기로 일부 지점의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조짐이 벌어지자 불안감이 확산돼 다른 지점까지 자금이 유출된 새마을금고의 사례가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시중은행선 건설업 연체율 급상승

저축은행에 비해 자산 규모가 훨씬 큰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선 건설업 관련 연체액과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1년 말 330억 원에 그쳤던 이들 은행의 건설업 관련 연체액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1051억 원으로 상승했다.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21%에서 0.45%로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과 견줘 올해 11월 말까지 26.2% 늘어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시중은행에선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건설업종의 연체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경우 9월 말 기준 13개 업종 가운데 건설업종의 연체율이 0.83%로 가장 높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며 책임준공 확약을 지키지 못해 시행사가 아니라 시공사인 건설사가 PF 빚을 짊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준공 기한을 늘려주는 등의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