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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느는데 11개 시도엔 전문병원 없어… “왕복 6시간 통원”

입력 | 2023-12-26 03:00:00

산재 근로자 작년에만 13만여 명
전국 10곳뿐인 전문병원에 몰려
“병원 너무 멀어 재활 제대로 못해”
‘산재치료 지역격차’ 피해자 고통




“우측 안와골절, 코뼈와 위턱뼈, 두개골, 요골, 견갑골 모두 골절입니다.”

전북 군산시에 거주하는 고명석 씨(62)는 올해 8월 건설현장에서 지붕 천막 작업 도중 10m 아래로 추락해 얼굴부터 척추까지 신체 10곳에 골절상을 입었다. 고 씨는 사고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마치고 현재 대전에 있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재활전문병원(대전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거리’였다.

고 씨는 “차로 왕복 4시간 이상 이동해야 대전병원을 다닐 수 있다”며 “집에서 가까운 곳에는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을 만한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고 씨뿐만이 아니다. 지역별 산재 치료 격차로 인해 재활 및 업무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고 노동계는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1년 산재 피해자는 12만2713명으로, 이 중 208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13만348명, 2223명으로 증가했다. 산재로 장애 판정까지 받은 근로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7만8714명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산재보험을 통한 치료비 지원, 재활을 돕는 산재전문병원 등으로 피해자를 돕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재활전문병원은 전국에 총 10곳에 불과하다. 경기, 강원, 대전, 경남, 대구, 전남 외 전국 11개 시도에는 공단 산재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다. 취재팀이 19일 방문한 공단 산재병원에는 왕복 4∼6시간 거리를 통원하며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았다. 충남 보령시에 사는 박종길 씨(49)는 5월 인테리어 작업 중 낙상으로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 현재 대전병원에 입원해 재활 중이지만 내년 1월 입원이 종료된다. 박 씨는 “보령에서 대전병원까지 편도로 2∼3시간이 걸린다. 통원치료를 받기는 어려워 재활을 제대로 한 후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 피해자 543명 중 대전 외 지역에서 온 환자는 200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현장 작업 도중 중족골 골절을 입은 군산 시민 박진호 씨(53) 또한 전북 내 병원을 전전하다가 올해 9월부터 다른 지역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전북에 안 가본 병원이 없이 다녀봤지만 재활치료 시스템이 너무 낙후됐다”며 “산재병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상이 만성화된다”고 말했다.

정부 산재전문병원은 민간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에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산재 환자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들 병원은 직장 복귀 프로그램까지 지원한다. 대전병원 관계자는 “산재는 한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재활, 직장 복귀 지원이 미비할 경우 추가로 드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며 “하지만 산재 재활치료는 수익성이 낮아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민간병원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산재전문병원이 설립된 전남, 경남, 강원 등은 의사와 물리치료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인력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데다, 급여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7월 기준 의사 정원을 모두 채운 산재병원은 정선병원, 경기요양병원 단 2곳에 불과하다. 전체 산재병원 의사 충원율은 88.4%에 그쳤다.



대전=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