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화재' 주민 2명 사망·30명 부상 일부층만 스프링클러…화재경보 부족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 차단 실패도 "무작정 대피보다는 상황판단 필요해"
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를 덮친 불길은 주민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른 시간대 발생한 화재로 대피가 어려웠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2015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와 유사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25일) 오전 4시57분께 도봉구 방학동의 한 21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3시간43여분 만에 완전히 껐지만, 30대 남성 2명이 결국 목숨을 잃고 주민 30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부재와 화재경보기 작동 미비 등을 이번 화재 피해가 컸던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는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친 8년 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때도 지적된 부분이다.
2004년 5월부터는 11층 이상 공동주택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소방법 규정이 강화됐지만, 2001년 완공된 이번 도봉구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법 개정 전인 ‘16층 이상 의무 설치’ 규정이 적용돼 15층까지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이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가 초기 소화에 효과적인데 해당 아파트는 16층 이상에만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3층에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화재를 겪은 방학동 아파트 주민들도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관해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인데다가 화재 초기 혼란으로 경보가 울려도 제대로 듣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화재가 난 세대의 바로 두 층 위에 있었던 이모(14)군은 뉴시스에 “처음에 경보기가 울린 것 같지만 잘 들리지도 않고 불이 날 거라는 생각도 못 해서 오작동이라고 여기고 다시 잠에 들었다”고 말했다.
층별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았던 것도 화재 초기 대응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파트 한 층 높이가 2.6~2.8m인데 보통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가는 속도가 초당 3~5m다”라며 “사람들이 피난하는 속도보다 연기 확산이 더 빠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발생 세대에서 연기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려면 평소에도 방화문을 닫고 생활해야 하는데 문을 닫으면 채광 등 생활에 불편한 점이 생기다 보니 실천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작정 대피하기 보다 상황을 판단한 후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