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X세대’ 이미지 부각 ‘영 라이트’와 ‘올드 레프트’ 대비 효과
국민의힘 구원 투수로 26일 공식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X세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를 토대로 수락 연설문 마지막 대목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생 ‘92학번’으로 이른바 X세대 대중문화의 한 복판을 지나온 한 위원장이 동시대 대중문화의 상징 격인 서태지와 아이들을 활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86운동권 그룹과 대비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수락 연설 말미에서 “동료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라며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라고 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가사 중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라는 대목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상 속의 그대는 1992년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3번 트랙에 수록된 대형 히트곡이다. 한국 가요 사상 최초로 곡 전체가 랩으로만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26일 오후까지도 연설문을 직접 다듬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연설에 ‘동료시민’이라는 표현이 10차례 등장한 것도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는 시민들 간의 동료의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재해를 당한 낯선 동료시민에게 자기가 운영하는 찜질방을 내주는 자선, 지하철에서 행패당하는 낯선 동료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 같은 것들이 자유민주주의사회를 완성하는 시민들의 동료의식”이라고 답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