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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의 사談진談/최혁중]AI가 만든 사진, 신문 1면에 나갈 수 있을까?

입력 | 2023-12-26 23:39:00


게티이미지가 스태빌리티AI를 제소하며 증거로 제출한 사진. 왼쪽은 게티이미지가 취재한 이미지, 오른쪽은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든 이미지다. 오른쪽 사진에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왜곡된 모습으로 새겨졌다. 사진 출처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은 16년 전 서해 상공에서 KF-16 요격 훈련 도중 순직한 조종사 박인철 소령의 모습과 목소리를 복원해 어머니와 재회할 기회를 만들었고 올해 7월 국방TV가 방영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는 1989년 다섯 살 딸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에게 34년이 지난 현재 딸의 얼굴을 생성시켜 보여준 ‘실종아동 가족’ 사연을 한 방송사를 통해 방영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환경적 ‘아이덴티티’를 학습시키고 신체의 생물학적 요인이나 얼굴 모양, 피부의 변화 등을 예측시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큰 반향을 가져왔다.

최혁중 사진부 차장

올해 3·1절에는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윤봉길 의사와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 15인의 흑백사진에 색깔을 입혀 전시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상상이지만 북한의 거부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도 ‘AI 창작 시대’라면 가능할 것 같다. 6·25전쟁 이후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죽음을 앞둔 지금의 80, 90대 고령자에게 AI가 만든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만들어 보여드린다면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상이 사진으로 바뀔 수 있는 ‘AI 창작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창작 시대다. 오픈AI,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노벨AI, 이마젠 등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어도비 같은 빅테크 기업이 만들어낸 생성형 AI 프로그램에 문장만 입력하면 사진과 같은 깨끗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이미지보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의 양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세계 최대 사진 플랫폼으로 불리는 게티이미지(게티)가 AI 업계의 ‘사진 저작권’에 불을 지폈다. 게티는 생성형 AI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최대 1조8000억 달러(약 2300조 원)의 초대형 ‘AI 저작권 침해 소송’을 올해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냈다. 라이선스 구매 없이 자사의 사진 1200만 장 이상을 사용했다며 그 증거 사진으로 자사가 직접 취재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사진과 스태빌리티AI가 만든 비슷한 결과물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처럼 AI 저작권 문제에 있어 적대적이었던 게티는 저작권을 지키는 소송과 더불어 올 9월부터 자사가 갖고 있는 저작권을 활용해 엔비디아의 AI로 만든 이미지를 판매하고 있다. 챗GPT와 같이 명령어를 입력하면 자사가 갖고 있는 1억30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학습해 생성된 ‘AI 이미지’ 결과물이 나온다. 게티의 또 다른 판매 아카이브인 ‘게티이미지뱅크’에는 아예 AI 이미지를 섬네일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인물, 패션, 아이템, 인테리어 등 AI가 만든 사진을 5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기존 저작권을 AI로부터 지키고 이를 이미지로 학습한 인공지능의 창작물까지 적법하게 소유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최근 본보는 AI로 만든 사진을 기반으로 그래픽을 만들어 지면에 게재했다. 힘들게 출근하는 직장인과 이어폰을 끼고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출근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대비시켜 좀 더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출퇴근 체감비용’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줬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 이런 시도가 최근 들어 많아진 보도사진에서의 얼굴 모자이크 등 초상권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AI의 활용 여부에 따라 언론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는 가짜 사진으로 증시가 출렁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중 다섯 아이를 둘러업고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가짜 사진처럼 이를 검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아직은 저작권 등 법과 기술적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 AI가 창조해내는 결과물들이 포토저널리즘에 미칠 영향력과 잠재력, 위험성을 인식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언론사가 축적한 수많은 사진과 기사를 활용해 만든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최혁중 사진부 차장 saji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