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때 비밀번호 설정’ 규제 안받아 해킹 않더라도 영상 보고 유출 가능성 韓, 유출 IP캠 영상 수 세계 4번째 “비밀번호 바꾸는 등 주의 기울여야”
26일 해외 IP캠 영상을 중계하는 해외 홈페이지 ‘인세캠’에서 캡처한 서울의 한 상점 내부의 모습.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인터넷 카메라(IP캠)가 특히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내 제품에는 IP캠 설치 때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해외 직구 제품은 그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카메라를 포함한 가전, 전자제품의 해외 직접 구매는 7만6858건이었다. IP캠만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상당수가 해외 제품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홈캠’ ‘펫캠’ ‘IP카메라’를 검색하면 중국과 홍콩, 대만 등 해외 업체 상품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IP캠은 폐쇄회로(CC)TV와 달리 영상을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장치다. 이렇다 보니 계정 탈취나 해킹을 하지 않더라도 특정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개인 IP캠의 영상을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IP캠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일 경우 제3자에 의해 영상 유출이 가능하다. 사생활을 누구든 쉽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3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내부의 IP캠 영상이 유출돼 연예인 등 여성 30여 명의 진료 장면이 고스란히 온라인에 무단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중국산 IP캠을 사용했고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보안수칙을 준수하는 등 사용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랩은 ‘IP카메라 보안수칙’ 지침을 통해 “처음 사용 시 비밀번호는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며 “관리자 계정을 설정하더라도 게스트모드를 지원하는 경우 누구든 접근이 가능한 만큼 사전에 인가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비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