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점은 간첩통신-암호해독에 노하우 필요… 경찰 내부 ‘대공 베테랑수사관’ 적어 경찰 “국정원 인프라 활용 등 협업” 일각 “휴민트 등 100% 공유 의문”
“접선 장소는 캄보디아 프놈펜.”
2018년 4월 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구성원 박모 씨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충북동지회의 또 다른 구성원인 윤모 씨를 프놈펜으로 보내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도록 하겠다는 것.
윤 씨는 정확히 3주 뒤 프놈펜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프놈펜의 한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내 기념비로 향한 윤 씨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공원을 산책하듯 한 바퀴 돌았다. 이어 인파로 북적이는 시장으로 이동했다. 몇 분 뒤 윤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빠져나갔다. 공원에서 만난 남성도 함께였다. 행선지는 프놈펜의 한 호텔방. 윤 씨는 그곳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 北지령 10명 중 7명, 해외서 공작원 접선
전문가들은 “해외 접촉 사례가 늘면서 간첩 수사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해외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 정보 수집과 간첩 수사를 도맡던 국정원은 앞으로 ‘해외 정보 수집’만 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내년 본청에 신설할 안보수사단과 국정원 대공수사국 관계자들 간 업무협의체를 꾸려 국정원의 자문을 받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가진 기존 해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협업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안보수사단에 파견될 국정원 직원이 5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져 제대로 협업이 될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도 “국정원 파견 인력은 연락관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 “간첩 수사 간부 절반 대공 수사 경력 3년 미만”
내사에만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빈번한 간첩 수사를 내년부터 전담할 경찰 내부에 대공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수사관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내년에 전국 간첩 수사를 지휘할 본청·시도경찰청 소속 과장급 이상 간부 84명 중 절반 이상인 43명(51%)은 대공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이 1년도 안 된 간부도 26명(31%)이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