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日 지원 업고 ‘일사천리’ 5년 걸릴 공사 2년만에… 내년초 완공 SK, 환경영향평가-인허가 지연에… 착공시점 2022년→2025년으로 300조 투자 삼성 공장도 난항 우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는 ‘수율’과 ‘스피드’다. 수율이 공장이 완공된 후 생산성을 높이는 양산 기술을 얘기한다면 스피드는 투자 결정 및 실행과 관련이 깊다. 워낙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이어서 첨단 공정 기술 개발만큼이나 그 기술을 활용할 팹(공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도체는 타이밍 싸움’이라는 말처럼 한 발이라도 앞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제품을 양산하는가에 따라 향후 5년, 10년 후 입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시의 710만 m² 부지에 300조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6년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위한 인프라 계획을 수립하고 이해당사자 간 의견 수렴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사업 난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나 용수 및 전력 확보 문제를 놓고 지자체나 지역구 의원,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2019년 2월 발표한 12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의 경험이 있어서다. 이 클러스터는 환경영향평가 및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으로 팹 착공 시점이 기존 계획인 2022년에서 2025년으로 3년 미뤄졌다.
이 공장은 내년 2월 준공 예정이다. 보통 5년이 걸릴 팹 건설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끝나는 것이다. 구마모토현 지자체가 지하수로 공업 용수나 도로 정비 문제 해결에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등 공장 부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일본 정부도 투자금의 40%인 4760억 엔(약 4조4300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공사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 사격을 했다. 왕메이화(王美花) 대만 경제부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TSMC 일본 공장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