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27/뉴스1 ⓒ News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계 입문과 동시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기존 여의도 관행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당후사를 거부하고 ‘선민후사’를 강조하며 본인 스스로 희생을 강조하면서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셀프 공천으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입장 발표에서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도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직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 저는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지만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며 “저부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 미래와 동료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취임과 동시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대권행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며 야당으로부터 끝없는 공격을 받을 여지를 주는 것보다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영남권 초선인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비대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고 무섭다”며 “”대구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아마 불안하지 않다고 하는 국회의원은 거짓말일 것이다. 아무래도 영남권이 보통 (국민의힘 의석수의) 40~50%를 (차지)하니까 물갈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내부적으로도 우리 후보들 역시 공천과 관련한 또 출마와 관련한 당의 절차, 본인 스스로의 진퇴 여부 등에 대한 결정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선당후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도 기존 관행을 깨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선민후사’를 강조했는데 특히 존 F.케네디 등 미국 대통령 연설에 자주 사용된 ‘동료 시민(fellow citizens)’이란 단어는 전날 연설에서 10번이나 등장할 정도였다.
선민후사 첫 행동으로 ‘방탄 정당’ 비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린 듯,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후보만 공천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며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다“고 했다.
한편 1973년생으로 X세대인 한 비대위원장이 수락 연설문에서도 기존 관행을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여러분,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라고 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 ‘환상 속의 그대’에 ”무엇을 망설이나,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는 부분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