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대형 전기 SUV ‘EV9’ 시승기 주차 칸 가득 채운 압도적 크기 한파 속 히터 최대로 2시간여 주행… 무공해로 따뜻한 실내서 대기도 5시간에 전기료 2400원 쓴 셈
기아 순수 전기차 EV9은 가로세로 2.5m에서 5.5m의 아파트 주차장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겨울철이면 전기차의 저온 주행 성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마련이다. 배터리 방전은 물론이고 동력 장치에 써야 할 전력을 히터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3열 대형 프리미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대를 연 기아 ‘EV9’은 6월 출시 이후 처음으로 겨울을 맞이했다. EV9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이 혹한기에서 어떤 주행 성능을 보여줄지가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2WD 20인치 기준 EV9의 저온에서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490km)의 약 76% 수준인 370km. 저온 주행거리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 상온 측정 때와는 달리 히터를 최대로 사용해 EV9과 같은 큰 차일수록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먼저 아파트 주차장(2.5m, 5.5m) 한 칸을 가득 메우는 크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EV9의 실내 공간은 운전자까지 승차 인원 5명이 넉넉하게 앉아도 될 정도로 넓었다. 밤 사이 장기간 주차로 차가워진 실내 공간을 영상 10도 이상으로 데우는 데에는 5분 정도가 걸렸다. 2∼3열에 가족을 태워야 하는 아빠 운전자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만한 포인트다.
실내 전고는 머리 위로 성인 남성 손바닥 한 개 반이 들어갈 정도로 높았다. EV9은 ‘미니밴’ 카니발 이상의 공간감을 제공했고, 첨단 난방 기술은 한파에 더 빛났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차선 변경 시 큰 덩치답지 않게 경쾌한 가속감을 보여줄 땐 대형 전기차의 장점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식당 예약까지 시간이 남아 차에서 대기할 때도 무공해로 따뜻한 바람을 쐬며 편히 쉴 수 있는 최적의 셸터가 돼 주었다. 약간 물렁물렁한 승차감이나 부족한 차량 직진성(스티어링 휠 미조작 시에도 현 주행 방향을 유지하는 정도) 등 기계공학적 기준에서 아쉽다고 느껴질 만한 부분들을 모두 잊게 할 정도였다.
이렇게 타고 내리고 또 대기하면서 꼬박 5시간을 가족들과 EV9에서 보냈다. 계기판에 찍힌 평균 전비는 4.2km. EV9의 복합 도심 전비인 4.1∼4.7km 안에 들어갔다. 이번 주행에 20kWh 정도를 쓴 셈이니 비용(주택용 전력, 200kWh까지 kWh당 120원 기준)으로 치면 2400원을 쓴 셈이다. 한겨울에 이 정도 비용으로 이렇게 쾌적하고 따뜻한 공간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