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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사망… 고인 협박한 20대女, 구속심사 안받고 도주하다 체포

입력 | 2023-12-27 23:39:00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 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뉴스1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48)가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69일 만인데 경찰은 거듭된 수사를 받던 이 씨가 심리적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경 이 씨의 매니저로부터 “이 씨가 전날 유서를 작성하고 집을 나가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차량번호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선 경찰은 오전 10시 반경 이 씨가 과거에 살던 성북구 주택이 내려다보이는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이 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이 씨를 발견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미 사망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상태라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고 경찰에 (이 씨를)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배우 이선균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오른쪽)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26일 오후 9시 20분경 유서를 남기고 집을 떠난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차량 조수석에선 위스키 한 병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정황과 이 씨가 남긴 유서 등을 토대로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고 있다. 이 씨의 유족 측은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으며,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올 10월부터 총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23일 세 번째 조사는 19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이 씨는 “유흥업소 실장이 수면제라고 줘서 먹었을 뿐”이라며 고의 투약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해당 유흥업소 실장이 “(이 씨가)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을 흡입하는 걸 봤다”고 주장하는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씨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26일 경찰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 씨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마약류 검사를 진행했지만 양성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 씨 수사를 담당하는 인천경찰청은 “안타깝다”면서도 “심야 조사 동의를 받았고 강압 수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 씨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고 남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이 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며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씨를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은 혐의로 유흥업소 여실장과 함께 이 씨로부터 고소당한 20대 여성은 전날(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고 도주했다가 27일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천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별다른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출석한 여성에 대한 구인장을 집행해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했다.

이 씨는 드라마 ‘하얀거탑’(2007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등으로 스타가 됐고, 2019년 영화 ‘기생충’의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요 외신들도 이 씨의 사망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CNN은 “이 씨는 ‘기생충’에서 호평을 받았고 공상과학 스릴러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국제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