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 간 상자 안에 들어있는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뉴스1
2000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에 신분을 숨긴 채 기부를 실천해 온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24년째인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7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3분경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속 중년 남성은 “이례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 3명은 즉시 주민센터에서 약 300m 떨어진 이례교회로 달려갔다. 입간판 아래에 놓인 상자에는 노란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다발과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기부금은 총 8006만3980원이었다. 전주에서 ‘얼굴 없는 천사’로 통하는 이 기부자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초등학생을 통해 처음 전달한 걸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수천만 원을 기부해 왔다. 24년 동안 25차례 기부를 통해 전달한 누적 성금은 총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여만 원을 도난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기부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