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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건설사 55곳 중 17곳 ‘재무 위험’… 평균 부채비율 323%

입력 | 2023-12-28 03:00:00

[존폐 내몰리는 건설업계]
〈하〉 PF부실에 대형 건설사도 흔들
부채비율 작년보다 30%P 늘어… 고금리에 자재비-인건비 급등
8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공사할수록 손해” 사업 포기도




대기업 계열사로 시공 순위 30위권인 한 건설사.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1조1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903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이 늘어도 원자재 값과 인건비 급등이 이어진 데에 따른 것.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은 올해 3분기 125억 원으로 1년 새 112억 원 불었다. 부채비율 역시 467.9%로 치솟았다. 내년 상황도 여의찮다. 수주 잔액은 3분기 현재 2조18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과 중소·중견 건설사에서 시작된 건설업 위기가 대형 건설사로 번지고 있다. 고금리와 자잿값과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며 공사를 할수록 적자에 빠지는 현장이 늘어난다. 건설사별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도 어두워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요 건설사 55곳 중 17곳, 재무상황 ‘빨간불’

26일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분석한 결과 도급 순위 300위권 건설사 중 올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5개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건설사는 17곳으로 나타났다. 이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23.3%로 지난해 말(18곳·290.9%)보다 30%포인트 늘었다. 재무상황이 안 좋은 건설사 자금난이 더 악화된 것. 건설업계에선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위험’으로, 300%를 넘으면 ‘고위험’으로 본다.

특히 3분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곳은 8곳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으로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낸다는 뜻이다.

계열사 돈을 끌어오거나 알짜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서는 곳도 적지 않다. 3분기 적자 전환한 GS건설은 이달 현금 확보를 위해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골프장 등 주요 자산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 “공사하면 적자”… 기존 사업 포기까지

건설사 수익성 악화는 PF 부실 우려로 금융 비용이 치솟고 원자재 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건설공사비지수(153.58)는 3년 전보다 28.1% 급등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현장에서 공사비를 낮추고 있다”며 “이를 못 하면 공사할수록 적자가 나는 현장이 무더기로 나온다”고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신규 현장은 착공하면 사실상 적자라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기존 계약 해지 사례까지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달 14일 1조1480억 원 규모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증액 협상에 실패한 데에 따른 것.

알짜 공공택지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8264㎡(약 2500평) 규모 땅이 이달 13일 입찰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경기 화성동탄2 B-14와 김포한강 BC-02 등 수도권 택지도 낙찰자가 전무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마저 중단되며 주택 수급 불안 우려도 커졌다. 트리플 역세권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가 높아 시공사를 못 찾고 있다.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사업을 포기하고 조합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보다 1.5% 준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업계 숨통을 틔우려면 분양시장이 살아나야 하는데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며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