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총선 앞두고 핵실험 등 군사도발 가능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년(2024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측근들에게 최근 지시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8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같은 내용을 자체 확보한 복수의 첩보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와 미국의 대선이 있는 2024년 정세 유동기를 맞아 불시에 예기치 못한 군사, 사이버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측근들에게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첩보 사항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기밀에 해당하는 첩보 내용을 언론에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당국이 북한의 내부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 측에 알려 중대 도발을 자제하는 식의 ‘경고 메시지’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 ‘대공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중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미 고체연료 ICBM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 중 고체연료 ICBM을 실전 배치까지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북한은 앞서 18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정상 각도가 아닌 6000km 이상 고각(高角)으로 발사한 바 있다. 이는 5개월 만에 미 본토 전역을 때릴 수 있는 화성-18형을 다시 발사한 것으로 한미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정원은 과거 북한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시점에 군사 도발을 벌여왔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제*차 핵실험(1월 6일), 무인기침범(1월 13일), 대포동 미사일발사(2월 7일), GPS 교란(3월 31일)을 자행했다. 2020년 21대 총선 직전인 3월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4차례에 걸쳐 발사했다.
북한이 ‘대남 도발 작전’을 지휘했던 군 간부 3인방을 최근 총참모장, 군정지도부장 등으로 복귀시킨 것도 유력한 도발 징후로 볼수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시각이다. 북한은 올 6월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지휘했던 김영철을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8월엔 DMZ 목함지뢰도발을 지휘한리영길과 박정천을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으로 복귀시켰다.
김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당국은 북한의 군사 도발 징후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27일 당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군·군수·핵무기·민방위부문에서 전쟁준비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는 28일 보도했다. 김 부부장도 이달 21일 담화문을 내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