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철거했던 장소에 경계호(참호)를 조성하고 중화기인 무반동총(북한명 비반총포)를 반입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AK-47 등 소총을 휴대하고 초소를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북한은 국방성 명의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JSA 내 북한군이 권총을 휴대한 데 이어 2018년 9·19 합의로 비무장화한 JSA를 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전면 재무장’에 나선 것. 한미는 JSA를 비롯한 전방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고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 등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北, AK-47 소총 휴대 등 JSA 무장화
2018년 9·19 합의 직후 남북은 같은 해 10월 25일 JSA 내 남측 4곳, 북측 5곳 등 초소 9곳을 철수했고 양측 병력과 권총, AK-47 등 소총, 탄약 등 화기도 JSA 밖으로 옮겼다. JSA가 비무장화한 건 1976년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한 ‘도끼만행사건’ 이후 42년 만이었다. 당시 남북 당국과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는 3자 협의체를 꾸려 JSA 비무장화에 대한 공동 검증도 마친 바 있다.9·19 군사 합의에 따른 조치로 북한이 2018년 11월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군 GP를 폭파하는 모습.
이와 함께 북한군이 JSA 내 북측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동향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9·19 합의 이후 남북은 JSA 내 40대 안팎의 남북 CCTV 위치와 촬영 각도 등을 조정한 뒤 남북 각각의 상황실로 전송하면서 영상 정보를 공유해 왔으나 북한은 지난해 일방적으로 영상 공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영상정보 공유 조치 과정에서 줄였던 CCTV 대수도 다시 늘렸다. 특히 남측을 바라보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감시·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감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동시에 더 이상 JSA가 남북 간 대화와 긴장 완화를 위한 중립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JSA 내 지뢰 매설 등 추가 행동 가능성
북한군의 JSA 내 자동 소총 반입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위반이기도 하다. 정전협정 부속합의서는 JSA 경비인원이 휴대할 수 있는 무기를 권총 1정 또는 수동식 소총인 보총 1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소식통은 “남측에 통보하지 않고 북한이 JSA 무장화에 나선 건 2018년 당시 남북미 3자 협의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북한이 추가 군사행동으로 JSA에 지뢰를 매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은 9·19 합의로 JSA 지뢰 제거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남측에선 지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북측은 636발의 지뢰를 제거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