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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지구상에서 가장 광활한 생물들의 서식지[기고/신명화]

입력 | 2023-12-28 15:39:00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하는 심해

신명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

‘심해’라는 단어를 들으면 끝도 없는 암흑의 깊은 바다에서 신비로운 생물이 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지구 바다 전체 면적의 약 85%를 차지하는 심해*는 빛이 완전히 차단되고, 극심한 압력과 매우 낮은 수온의 극한 환경조건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됐으나, 1872년 시작된 챌린저 탐사**를 통해 독특하고 특수한 생물 서식지로서 극한 환경에 오랜 시간 동안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심해생태학에서는 광합성이 불가능한 수심 200m 이상의 영역, 해양학에서는 빛이 전혀 없는 수심 2,000m 이상의 영역을 지칭하며, 심해저의 지형은 해구, 해산, 해령, 심해저 평원 등으로 구성.

챌린저 탐사(Challenger expedition)1872부터 1876년까지 영국의 해양조사선 챌린저호를 통해 수행된 해양 탐사 프로젝트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및 남극해 등을 조사하여 4,700 여종이 넘는 해양생물을 발굴하고, 최초로 마리아나 해구를 발견함.
일반적인 생태계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으로 생명 유지를 하는 식물과 이를 이용하는 여러 종류의 생물체들로 구성된다. 이와는 반대로 빛이 전혀 도달하지 못하는 심해(저)는 고압, 저온, 암흑, 그리고 퇴적물이 존재하는 단조로운 환경이 마치 육상의 사막처럼 형성되며, 이러한 특수한 환경조건에 극단적으로 적응한 해양 생물들이 존재한다.

특히, 심해저의 열수분출공은 생물 다양성의 핫스팟(hot spot)이라 불리는데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300℃ 이상의 열수와 황화수소, 메탄 수소 등의 가스를 분출하며, 이를 이용하여 화합 물질을 합성하는 특이 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 다양성과 직결되는 인류의 생존
인간은 다른 생물을 이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과 그 다양성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됨을 알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은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 그리고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다양성을 종합하여 지칭하며, 특히 생물종의 다양성은 생물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단위인 종(species)의 분류학적 다양성을 의미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육상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급격한 기후변화 등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의 소실, 즉 생물자원 다양성 감소와 서식지의 황폐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심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재 인류는 지구 밖 행성에서의 인류의 주거지 확보, 신규 에너지와 자원 개발을 위해 미지의 영역인 우주탐사와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으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 심해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심해저의 10분의 1도 탐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해저 평원과 같은 심해생물 서식지는 여전히 미탐사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곳에서 알려지지 않은 심해생물은 1,000만에서 3,000만 종으로 추정되며,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극한 환경조건에 적응하여 독특하게 진화된 생물종이 발견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알려진 생물들이 1,400만 여종임을 고려하면 미지의 영역 심해는 무한히 광활한 해양생물들의 서식지가 분명하다.

선진국에서는 심해탐사를 위해 대규모 해양조사선, 무인잠수정과 원격조종 수중 로봇(ROV) 등을 활용하여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등 전 세계의 바다를 대상으로 심해탐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심해를 생물뿐만 아니라, 해저 광물, 천연가스 등 산업적, 경제적으로 가치가 높은 수많은 자원이 존재하는 미래산업을 위한 잠재적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해역은 평균수심 약 1,700m, 최대 수심 약 4,000m로, 동해안의 대부분을 심해가 차지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우리나라 심해해역을 탐사하고 심해생물의 다양성에 기반한 분류학적 연구 수행은 미진한 실정이다. 각국이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 확보를 위하여 박차를 가하는 이때, 우리나라 해양생물 주권의 강화를 위해 심해탐사를 통한 심해생물 다양성 연구가 절실하다.



신명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