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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억만장자처럼 쇼핑할 수 있습니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입력 | 2023-12-29 11:00:00

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47)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테무에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
미 매사추세츠주(州) 다트머스에 사는 창고 시설 관리자 캐시 베네티(68)는 지난해 말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TEMU)’에 처음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장바구니에는 금세 제품 14개가 담겼다. 총 결제 금액은 90달러(약 11만7000원)에 불과했다. 그가 산 고기 연육제는 69센트(900원), 스웨터는 10달러(1만3000원), 재킷은 15달러(1만9500원)였다. 며칠 뒤, 테무를 다시 찾은 베네티는 223달러(약 29만 원)를 내고 34개 품목을 구매했다. 그는 “여러 상품이 아마존보다 저렴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의 초저가 온라인 쇼핑몰 ‘테무’가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무는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시한 쇼핑 앱이다. 미국의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있었던 11월 테무의 미국 거래액은 전월보다 29% 증가했다. 테무의 올해 해외 거래액은 140억 달러(약 18조2400억 원)에 달한다. 내년 목표치로는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내세웠다.

테무는 올해 2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Super Bowl) 광고에도 등장했다. 30초짜리 영상에는 곱슬머리 여성 모델이 스마트폰을 계속 두드리며 원피스와 구두 등을 끊임없이 쇼핑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의 마지막 문구가 강렬하다.

“테무 앱을 다운로드하고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 (참고로 올해 슈퍼볼 광고비는 1초당 3억 원 수준이었다. 광고를 한 번 트는데 회사가 90억 원가량을 쓴 것)

미국에서 테무의 흥행 덕분에 앱을 선보인 핀둬둬의 기업 가치도 크게 뛰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준 1958억 달러(약 255조 원)로, 알리바바(1905억 달러)까지 제쳤다. 정말 무서운 기세다.

핀둬둬의 테무는 현재 미국 이외에 유럽, 일본 등 40여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한국에는 올해 7월 등장했는데 벌써 35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가격이 진짜 맞나’ 의심하게 될 정도다. 5만9839원짜리 겨울용 남성 신발을 84% 할인해 9059원에 판매(27일 기준) 중이다. 여행용 배낭은 1만5452원, 가죽 벨트는 6689원이다. 정말 가죽이 맞긴 한 걸까)

동아일보



● 리콴유를 동경한 청년 사업가
8년 전만 해도 핀둬둬가 알리바바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중국 쇼핑 앱 시장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둬둬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1980년생 황정(黃崢, 콜린 황)이 창업했다. 황정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그의 부모는 공장에서 일했지만, 황정은 12살에 지역 명문 학교인 항저우 외국어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수재였다. 그는 중국 저장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 생활도 했다.

황정은 2004년 졸업을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동시에 합격했다. 당시 MS는 PC 윈도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구글은 검증되지 않은 검색 엔진 회사였다. 뉴욕 증시에도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확실치 않은 미래가 맘에 든다”라면서 구글을 택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황정은 구글에서 주로 검색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2006년, 그는 중국 지사에서 바이두 등 현지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 수시로 가야 했다. 검색 결과의 글자 크기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창업자들(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사인을 받아야 했다.

구글 상장 초기에 투자해 이미 수십억을 번 황정은 2007년 회사를 나와 스마트폰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를 차렸다. 3년 뒤, 황정은 자신의 사업이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웹사이트 마케팅 회사, 게임 회사를 만들었고, 두 회사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는 주변에 “재정적으로 자유로워졌다”고 이야기했다.

2013년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는데, 집에서 1년간 머무는 동안 생각이 변했다.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을 존경한다는 그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여전히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중국의 두 거대 기업이 황정의 눈에 들어왔다.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중국 최고의 게임 회사이자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을 보유한 텐센트다.

핀둬둬 창업자 황정(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 전자상거래와 게임의 만남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중국의 핵심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상대방의 사업 영역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황정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두 회사는 서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와 게임에서 창업 경험이 있는 그는 두 분야를 합치면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쇼핑 앱을 게임처럼 재밌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황정은 2015년 100억 원가량을 투자받아 전자상거래 회사 ‘핀둬둬’를 차리고 몇 달 뒤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중국에서 내놓은 앱 이름은 회사 이름과 같은 핀둬둬였다.

그는 일단 물건이 저렴해야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제조사와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C2M(Customer-to-Manufacturer)’ 비즈니스 모델을 택했다. 유통 비용을 없앤 것. 핀둬둬가 받는 거래 수수료가 0.6%다. 사실상 회사도 수수료를 안 받는 셈이다. 대신, 판매자에게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올렸다. 매출의 70%가량이 광고비에서 나온다.

핀둬둬는 일정 고객 이상이 모이면 제품 가격을 깎아주는 ‘대륙판 공동구매’로 이보다 가격을 더 낮췄다. 주문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 판매자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했다.

핀둬둬는 고객들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게 했다. 고객이 지인에게 “그룹 초대에 참여하고 정장 한 벌을 48위안(8700원)에 구매하시겠습니까?”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중국어로 ‘핀’은 ‘모은다’, ‘둬둬’는 ‘많이’라는 뜻이다. 회사 이름에 ‘많이 모이면 저렴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쇼핑 앱 곳곳에는 ‘게임적 요소’를 배치했다. 고객이 룰렛을 돌리거나, 가상의 물고기를 키우면 할인 쿠폰을 주는 방식이다. 핀둬둬 관계자는 “반짝 세일을 연상케 하는 한정 시간 판매, 백화점 행사 같은 행운권 추첨도 있다. 친숙한 오프라인 경험을 디지털 세계에 재현해 재미와 친숙함을 더했다”고 했다.

보통 고객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아무 이유 없이 들리지 않는다. ‘수건을 사야겠다’, ‘콜라가 떨어졌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앱을 켠다. 플랫폼에선 물건만 사고 바로 나가버린다. 황정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찾은 듯하다. 핀둬둬가 게임만큼 즐겁고 재밌으면 앱에 자주 드나들면서 쇼핑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이다. (계획하지 않은 물건까지)

핀둬둬는 중국에서 초기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더니 현재 고객이 9억 명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전략이 먹힌 것 같다. 핀둬둬는 미국 진출 1년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5200만 명을 확보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샬럿 흐리스(32)는 최근 친구의 권유로 테무를 내려받았다가 틈날 때마다 앱에 접속해 게임을 하고 있다. 그는 “값싼 도파민에 중독돼 가입하게 만든 친구를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무는 미국 앱 다운로드 시장에서 아마존, 월마트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핀둬둬가 지난해 9월 미국에 출시한 테무 앱 화면(왼쪽). 테무는 앱의 게임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에게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다. (틱톡)  



● “로켓 배송 필요 없다”
핀둬둬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3.9% 뛴 688억 위안(약 12조3800억 원)이다. 순이익은 155억 위안(약 2조7900억 원)으로 22.6% 늘었다. 해외에서의 흥행이 핀둬둬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핀둬둬의 미국 진출 타이밍이 한몫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근심이 커질 무렵 핀둬둬는 ‘극강의 가성비’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100달러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던 물건들을 현재 구매하려면 119.27달러(지난달 말 기준)가 필요하다. 식료품 가격은 2020년 1월보다 25% 뛰었다. 같은 기간 중고차 가격은 35%, 임대료는 20% 상승했다. 미국 근로자들의 월급이 뒤따라 오르긴 했지만, 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여기에 미국 금융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5.50%까지 올리면서 가계에 부담이 커졌다. 미국 가계는 그간 저축해 놓은 것으로 버텨왔지만, 높은 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차츰 둔화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들은 테무에 열광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8.47달러(약 11000원)에 판매하는 한 무선 이어폰은 테무에선 쿠폰을 적용하면 3달러(약 3900원)면 살 수 있다. 테무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13달러(약 1만7000원)짜리 차량용 휴대 진공청소기다. 미 텍사스 북부에 사는 린 해치(42)는 “이제 아마존에 접속하기 전에 테무를 먼저 살펴본다”고 말했다.

테무의 무료 배송은 9~20일로 아마존에 비해 한참 느리다. 미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중국에서 개별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만 착하면 ‘느린 배송’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줄리아 벨킨(28)은 “가정용품이나 가구 같은 물건들이 정말 저렴하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무를 자주 쓴다는 그는 “물건이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것도 꽤 흥미진진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물류 관리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쉬포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을 선호하는 전자상거래 쇼핑객은 지난해 18%에서 10%로 감소했다. 로라 베런스 우 쉬포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쇼핑객들이 이제는 익일 배송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2~3일 배송, 심지어 5~8일 배송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와 금리 인상 여정은 다음 기사 참고.
“치솟은 주가가 지구로 돌아왔다. 파티는 끝났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605/113793005/1
“6월, 다음 미국 대통령이 결정될 수 있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602/119603694/1

테무에서 주문한 상품을 받은 고객이 ‘언박싱’하는 모습. 여러 미국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서 테무의 제품이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고 전하고 있다. 반면, 잘못된 상품이 배송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틱톡) 



● “중국산… 누구요, 저요?!”  
핀둬둬를 비롯한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서구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해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0년대부터다. 외국인들이 중국 공장에 투자하고 값싼 중국산 제품을 전 세계에 퍼뜨렸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는 일까지 있었다.

글로벌 금융정보서비스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기업들은 약 900억 달러(약 117조 원) 상당의 해외 기업들을 인수했다. 대상은 대부분 서양 기업이었다. 그러다가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 미국이 중국 정보통신기기 업체 화웨이를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서구권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자 ‘메이드 인 차이나’부터 감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올 3월 서구권에 진출한 기업 수십 곳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서양 브랜드로 착각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구성해 놓았다. 온라인 쇼핑몰 쉬인(Shein),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처럼 이름부터가 영어다. 핀둬둬도 중국과 다르게 테무(TEMU)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중국색’을 빼기 위해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테무는 미 보스턴에 본사를 세웠고 모기업인 핀둬둬 역시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거점을 옮겼다.

중국 기업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자체적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대다수 중국 기업은 자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활용해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해외 고객의 데이터를 직접 모으고, 정교한 분석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업체가 기술력으로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수요자 중심(온디맨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쉬인은 지난해 미국에서 200억 달러(약 25조9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에서 2020년보다 3배 많은 돈을 벌었다.

미국 등에 자산을 최대한 두지 않는 것도 중국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쉬인은 미 인디애나주에 유통센터를 열었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직접 배송한다. 테무는 미국에는 공장은커녕 창고도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캠핑용품 브랜드 ‘네이처하이크’는 중국 밖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고용하지 않고 서구와 일본을 정복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MZ세대를 사로잡은 중국 의류 쇼핑몰 ‘쉬인’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기사 참고.
‘미친 속도+충격 가격=패션의 미래’라는 공식 [딥다이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707/120131075/1



● 테무가 넘어야 할 산 
모바일 분석기관 앱토피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소비자들은 하루에 테무 앱을 평균 18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쇼핑 앱 ‘알리 익스프레스’는 11분, 아마존은 10분이었다. 앱토피아는 “젊은 층은 테무를 일 평균 19분 사용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테무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품질, 배송 등 여러 면에서 초저가형 직구 앱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무나 쉬인 같은 중국 서비스가 아마존 등 미국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의 월간 순 방문자 수는 2022년 9월 2억1750만 명에서 올해 3월 2억1100만 명으로 감소했다. 2022년 9월은 테무가 미국에 상륙한 시기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꽤 있다. 미 정치권의 견제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 관세법은 800달러(약 105만원) 이하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015년까지 이 기준이 200달러 수준이었는데, 2016년 3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금액을 상향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중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의원들과 일부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이 국제 우편을 대규모로 이용해 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배송하면서 세금까지 피하고 있다” 등의 비판을 내놓았다. 테무나 쉬인 등 중국 의류 플랫폼들은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된 중국 신장 지역에서 공급받은 면화를 제품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당 기업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면세 혜택을 받고 미국에 들어온 소포는 약 10억 개다. 2019년의 2배 수준이다. 미 의회는 자체 조사 결과 이 중 3분의 1가량이 테무와 쉬인의 물량이라고 밝혔다. 킴 글래스(Kim Glas) 미 섬유단체협의회(NCTO) 회장은 “관세 면세 한도는 세계 최대의 암시장이며 놀랍게도 미국 정부에 의해 합법화됐다”고 꼬집었다.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CNN은 올 4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문가에게 자체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핀둬둬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핀둬둬가 사용자의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사진 앨범 등을 훔쳐본 것이다. 핀둬둬는 고객의 휴대폰 사용 내역을 조회해 경쟁사를 견제하고 사용자 정보로 맞춤형 광고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번 논란에 테무가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테무의 글로벌 확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테무가 잘나가긴 했지만)



● “‘노마진’으로 살아남기” 
테무가 과연 수수료 없이 현재와 같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처럼 할인 쿠폰을 뿌려가면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테무의 고객 중 44%가 앱에서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에서 소비를 늘린 고객은 22%에 불과했다. 첫 구매 할인 등을 노리고 온 고객들이 재구매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신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취약한 계층이 테무의 주요 타깃인 것도 약점이다. 고객 특성상 할인(비용) 폭이 커야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테무의 쇼핑객이 여성, 젊은 층, 저소득층에 편중돼 있다”며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연 소득 5만 달러(약 6500만 원)보다 적고, 58%가 45세 미만”이라고 전했다.

투자사 샌포드 번스타인은 테무가 올해 해외에서 130억 달러(약 16조8400억 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36억5000만 달러(약 4조72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질 문제도 테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핀둬둬는 사업 초기 ‘짝퉁 브랜드’ 전자제품을 판매했다가 이슈가 됐다. 핀둬둬의 이용자들은 삼성전자의 영문명(Samsung)을 교묘히 비튼 ‘Shaasuivg’라는 짝퉁 브랜드를 찾아냈다.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를 한 캔에 7.5위안(약 1360원)에 팔았다가 질타받기도 했다. ‘정말 싼데 기대 없이 한 번 사볼까’에서 ‘그냥 2000~3000원 더 주고 믿을 만한 데서 사야지’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미국의 테무 열풍은 파괴적 혁신일까, 아니면 경기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수혜일까. 중국 쇼핑 앱의 흥행이 계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