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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총수 일가 고발’ 지침 개정… 공정위, 재계 거센 반발에 해당 조항 삭제

입력 | 2023-12-29 03:00:00

“지침 없어도 대법원 판례 반영”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되면 총수 일가도 함께 고발한다는 내용을 내부 지침에 못 박아 두려 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백지화했다.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당초 예고했던 개정안에서 해당 조항을 빼버리기로 했다.

28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고발에 관한 지침(고발지침)을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올 10월 3주간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당시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행위를 한 대기업을 고발할 때 이에 관여한 총수 일가도 원칙적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제성이 없는 공정위 조사만으로는 총수 일가가 불법 행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총수 일가의 관여 정황만 있으면 일단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통해 명백히 가려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종 시행되는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 행정예고 기간 경제단체가 반대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취지와 달리 특수관계인을 무조건 고발하려 한다는 오해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을 강행할 순 없었다”며 고발지침 개정을 백지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발지침은 간접, 정황 증거만으로도 사익 편취에 대한 총수 일가의 관여 사실을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것이었다. 공정위는 명문화된 ‘의무 고발’ 지침이 없더라도 법 집행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등에 관여한 총수 일가 고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고발 여부를 결정할 때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중소기업 또는 소비자 등에 미친 피해 정도’를 추가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을 어겼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나 중소기업·소비자 피해가 적으면 고발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검찰 고발을 빠져나가는 데 활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던 조항 역시 수정됐다. 기존 고려사항 중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과 무관한지 여부’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으로 수정됐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